[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볼리비아와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공격은 보여준 게 없었고, 수비는 상대가 워낙 약체여서 별로 보여줄 것이 없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가져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볼리비아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탈락(10개팀 중 9위)한 팀이고, 선수들이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어 대체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월드컵을 코앞에 둔 한국이 볼리비아를 시원하게 꺾지 못함으로써 실망감을 안겼다. 시종일관 수비적으로 나서는 볼리비아를 상대로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공격력은 무디기만 했다.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한국 수비진이 잘 했다기보다는 볼리비아의 공격력이 시원찮았던 결과라 할 수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손흥민을 선발 제외하고 장신의 김신욱(1m97)과 황희찬을 투톱으로 내세웠다. 공격 2선에는 문선민과 이승우를 좌우에 배치했고, 중앙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정우영이 나섰다. 포백 중앙 수비는 장현수 김영권이 맡고, 좌우 풀백으로 박주호와 이용을 투입했다. 골키퍼는 김승규가 출전했다.

경기는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난 1일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 겸 출정식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니와 경기를 가져 1-3으로 패한 뒤 오스트리아로 이동했던 한국대표팀은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체력훈련을 강도높게 실시해 선수들의 발이 많이 무거워 보였다.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고 김신욱 이승우 문선민 등을 선발로 내세운 데서 알 수 있듯 신태용 감독은 이날 볼리비아전에서 공격의 경우 다양한 옵션을 점검하는데 초점을 맞춘 듯했다. 주안점을 둔 부분은 역시 포백 수비의 조직력을 다지는 데 있었다. 

전반 초반부터 한국은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경기 시작 5분 후 김신욱이 발로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는데 볼리비아 골키퍼 람페의 선방에 막혔다. 14분 황희찬의 돌파는 마지막 볼 처리 실수로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19분 박주호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헤딩슈팅이 위력적이었지만 이번에도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황희찬의 슈팅도 있었고, 이승우의 빠른 몸놀림에 의한 측면 돌파도 있었다. 기성용의 호쾌한 중거리슛도 나왔다. 김신욱의 헤딩슛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에 이런 일방적인 공세에도 골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정력이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들면서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골키퍼가 김진현으로 바뀌었고, 문선민 대신 이재성이 투입됐다. 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15분에는 이승우를 빼고 손흥민을 넣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볼리비아 진영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지만 수비 위주로 나서는 상대를 깨는 화끈한 장면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후반 23분 기성용의 스루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돌파해 들어가며 수비수 한 명까지 제치고 날린 슛이 또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 26분 기성용, 장현수를 빼고 구자철, 윤영선을 투입했다. 36분에는 김신욱 대신 김민우를 넣어 마지막 교체 카드까지 쓰며 골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의지뿐이었다. 상대 문전에서 연이어 슛을 시도했으나 밀집된 수비의 몸만 맞았고 시간만 흘렀다. 그렇게 한국은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볼리비아는 가상의 멕시코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준 낮은 경기력을 보여줘 수비 조직력 다지기 같은 평가전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한국 대표팀은 골이라도 시원하게 터뜨리며 화끈하게 이겨 분위기라도 띄웠어야 했는데, 목 타고 속 타는 골 갈증만 안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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