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세기의 만남’으로 기록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미사일 파괴와 미국의 한미훈련 중단이라는 빅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합의문 서명식에 이어 단독으로 기자회견장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일부분”이라며 “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폭격연습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도발적인 상황이다.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하면서도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약속한 것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포함된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은 앞서 북미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에 명시돼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에 밝힌 것을 볼 때 이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수일에 걸쳐 실무협상을 하고, 싱가포르로 옮겨 정상회담 개최 전날 밤늦게까지 실무협상을 벌이면서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채택하는 대신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신뢰구축의 첫발을 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강조해온 CVID에 대한 약속은 없지만 한미 정상은 상대방을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는 신뢰 구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앞서 성김-최선희, 폼페이오-김영철의 실무협상에서 일단 ‘북한의 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한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로 다음주부터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한과 협의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은 이날 우리시간으로 오전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35분간의 단독회담과 100분간의 확대회담, 1시간가량의 업무오찬을 함께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공동합의문에 CVID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정권의 안전을 보장’을 합의했다.

북미 두 정상이 합의문에 명시한 네가지 조항은 첫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들의 바람에 따라 새로운 미북관계를 수립하고 둘째,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하고 셋째,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넷째, 전쟁포로·전시행방불명자의 발굴·수색과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전시행방불명자들의 즉각적인 본국 송환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역사상 최초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양국간 수십년간의 긴장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매우 큰 의미를 갖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음을 인정했다.

또 두 정상은 이번 공동합의문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기로 약속했으며, 조속한 시일 내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끄는 후속협상을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새로운 미북관계 발전, 한반도 및 전 세계의 평화·번영·안보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만나 첫 발언으로 “우리는 굉장한 대화를 할 것”이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다.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쉬운 길이 아닌 길을 걸어왔고,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다”며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김정일 프레임’ 탈피를 공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 김정일 시대의 대미 협상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다소 어려운 문장을 표현하면서 진정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라고 응수하며 “매우 기분이 좋다. 우리는 좋은, 좋은 토론을 할 것이고, 굉장한 성공을 예상한다. 굉장히 성공적일 것이고, 매우 영광이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 1분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다”고 단언해온 것을 볼 때 두 정상이 첫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상호 신뢰구축 과정을 밟기로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합의문 서명에 앞서 “지난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합의문에 선언하게 된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위해 노력해주신 트럼프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파괴와 미국의 한미훈련 중단의 맞교환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의 여정은 시작됐고, 앞으로 대화 정국에 들어선 북미 정상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과 판문점 선언 이행 과정도 더욱 주목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