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미디어펜=김동준 기자]6·13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민생에서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호기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의 혁신'으로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 대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선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4곳을 석권했다. 특히 부·울·경으로 일컬어지는 PK 지역에서도 승리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당은 TK(대구·경북)를 제외하고는 완패했다. 지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도 12곳 중 1곳을 제외한 11곳이 민주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앞선 선거전에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들어 집중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번 지선을 '민생 선거'로 지칭하면서까지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실업률 증가와 같은 악화된 경기지표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시장 지원 유세에서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대표되는 게 소득주도성장론인데 지금 나라경제가 거덜나고 있다"며 "금년 부채가 1550조이고, 정부 임기가 끝날 때 2000조를 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지표 10개 중 9개가 폭락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유세 중단'을 선언한 와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 경제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 1년동안 내 생활이 더 나아지고, 자식들 취직이 잘 되고,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가 잘 돌아갔다면 1번을 찍으시고, 그 반대라면 2번을 찍어 달라"며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것은 국민이고, 또 투표밖에 없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한국당이 내세운 주요 공약도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순위로 삼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정당별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한국당은 1순위부터 3순위까지의 공약을 경제와 민생에 밀접한 내용으로 채웠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여타 야당도 경제에 있어서는 한국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유세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설치한 '일자리 현황판'을 언급하며 "지금 올라가고 있는 건 일자리가 아니라 실업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야권의 주장처럼 국내 경제상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3.4%로 집계된 국내 실업률(15~64세 기준)은 올해 4월을 기준으로 4.3%까지 치솟았다. 특히 20대 실업률은 올해 3월 11.6%를 기록한 이후 4월에도 10%대를 넘어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최근 경기 국면은 '경기 후퇴'에서 '경기 침체'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고용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해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향후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업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점도 경기 침체 우려를 뒷받침한다"고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다가올 2020년 총선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물론 보수진영의 진정성 있는 혁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때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올해부터 도입되는 최저임금제 때문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힘들어지고, 정부가 정책실험을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을 챙길만한 능력이 야당에게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수 진영이 이번 선거에서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했음에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얻은 표를 보면 아직까지 보수의 유권자들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들을 대변할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보수의 체질 개선과 인재 영입·육성에 매진하며 마라톤 뛰는 기분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지선 결과는 어느정도 예측됐던 게 사실이고, 유권자들의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혁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