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보유 주식가치 6000억원…상속세 최대 3900억원
상속세 자금 마련 위한 내부거래 규제…기업 경영권 승계 난항
[미디어펜=나광호 기자]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위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한화그룹의 승계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3형제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방법은 3형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흡수합병이다.

지난 2001년 3월 설립된 에이치솔루션의 전신은 한화S&C로, ㈜한화와 김 회장이 각각 20억·10억원을 출자해 만든 이후 3형제에게 지분을 넘겼다.

   
▲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사진=연합뉴스


에이치솔루션과 ㈜한화가 합병할 경우 3형제는 현재 보유한 지분 7.78%에 김 회장의 지분 22.65%을 합한 30.43%을 차지하게 돼 큰 노력 없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후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한화시스템-한화S&C 합병사(오는 8월 합병 예정) 지분을 확보할 경우 지주사 전환 체제 확립 및 3형제의 ㈜한화 지분 15% 상승 등 1석2조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자산규모의 차이 및 총수 일가의 지분규모로 볼 때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화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조4793억원으로 6319억원 수준인 에이치솔루션의 10배가 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6년과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을 각각 67.56%·78%로 유지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제고를 모색했지만, 공정위의 타깃이 되면서 지난해 10월과 지난 5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해 관련 이슈를 해소한 바 있다.

   
▲ 한화시스템·한화S&C 합병 및 지분매각 후 지분 변화도/사진=한화그룹


이러한 가운데 30%를 넘는 총수 일가의 지분 만으로는 합병을 추진할 수 없어 3형제가 김 회장의 지분을 직접 받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김 회장의 ㈜한화 보통주 지분 가치는 6000억원 수준으로, 3형제가 이를 상속받기 위해서는 50%에 달하는 3000억원 상당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내부거래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승계 전 에이치솔루션 지분 절반 가량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상속세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26%의 두 배에 달하며 세계 유일의 대주주 할증이 붙을 경우 65%까지 증가, 호주·캐나다·싱가포르·스웨덴 등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들과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아 삼성·현대차·SK 등의 기업들이 재원 마련을 위해 물류업체 및 시스템통합(SI) 등을 활용했지만 내부거래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는 이러한 방법을 쓰기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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