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앞선 지방선거에서 여당에게 완패한 자유한국당이 뉴 보수주의 정당으로의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쇄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당 내부적으로는 이번 쇄신안을 발표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며 '자중지란'이 연출되는 모습이다.

김 권한대행은 어제(18일)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선 이후의 당 개혁·혁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구적·냉전적 보수를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워야 한다"며 "혁신하는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권한대행은 △중앙당 청산위원회 구성 및 중앙당 해체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 구성 △원내정당으로의 전환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혁신 비대위가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를 살리고 당 혁신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제 임무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청산위원회 위원장직은 본인이 수행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권한대행이 내놓은 청사진이 실제 실행에 있어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같은 당 중진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중앙당 조직 내부에서도 이번 쇄신안에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김 권한대행에게 당을 혁신할 자격이나 권한이 있느냐는 것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심재철 의원(5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선) 참패의 이유가 무엇인지 원인을 바르게 분석해야 대책이 올바르게 나오는 것"이라며 "대책을 원내정당, 당 슬림화에서 찾고 있는데 우리 당이 원내정당이 아니고 덩치가 커서 패배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쇄신안을 두고 '헛다리'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4선)도 쇄신안을 겨냥한 듯 "한국당이라는 배는 완전히 침몰했다. 건져내봐야 다시 쓰기 어려운 상태"라며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원외 당협위원장 위주로 꾸려진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 측도 성명을 내고 "김 권한대행의 수습방안은 '중앙당 해체와 원내정당화'라는 미명 하에 결국 새로운 당 지도체제 출범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라며 "원내대표의 직위를 이용해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중앙당 해체에 대한 우려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권한대행은 청산위원회를 통해 중앙당 해체 수순을 밟아갈 예정이지만 당헌과 당규를 개정하는 것에서부터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 등 의결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선교 의원(4선)은 19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중앙당 해체 발표는) 좀 오버한 것"이라며 "김 권한대행이 국민에게 뭔가를 보여드려야 하니까 생각해낸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또 "비대위원장을 영입해서 전권을 주겠다(는 식으로) 순리대로 운영해 가야 한다"며 "중앙당 해체와 같은 커다란 플랜을 내걸고 나온 것은 김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라고도 말했다.

홍일표 의원(3선)도 c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무처 직원들도 (당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헌신했다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며 "사무처 직원들도 당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18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혁신할 '쇄신안'을 발표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