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이 콜롬비아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본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에 2-1로 승리, 순조로운 대회 출발을 했다.

FIFA(세계축구연맹) 랭킹 61위 일본이 16위인 강호 콜롬비아를 꺾었으니 분명 이변이다. 일본 언론들은 경기가 열린 사란스크 지명을 따 '사란스크의 기적'이라며 흥분했다.

일본의 콜롬비아전 승리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니시노 아키라 감독(63)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대표팀이 최근 부진에 빠지면서 월드컵 개막 두 달을 앞두고 할릴호지치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떠밀리듯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 온 니시노 감독. 일본의 첫 경기에서 기적을 일궈냈으니 그의 지도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18일 한국은 F조 1차전에서 스웨덴에게 0-1로 패했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겼고, 반드시 이겨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었던 스웨덴전에서 한국은 맥빠진 경기 끝에 졌다. 승리를 자신했던 신태용 감독(48)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니시노와 신태용 감독. 비슷한 처지로 닮은 듯한데, 첫 경기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 사진=JFA 홈페이지


▲ 외국인 감독 경질→국내 지도자에 지휘봉

일본이나 한국이나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외국인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 일본은 2015년 3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유고)에게 대표팀을 맡겨 러시아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게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준비 체제에 접어든 후 일본은 평가전에서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에서 한국에 1-4로 충격적인 패배도 당했다. 일본축구협회와 할릴호지치 감독은 소통이 잘 안된다며 서로 갈등 양상을 보이더니, 결국 지난 4월 할릴호지치 감독은 월드컵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전격 경질됐다.

일본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니시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니시노 감독은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 직에 있었기 때문에 대표팀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은 2014년 9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에게 대표팀을 맡겨 러시아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하는가 했으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악화된 가운데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한국이 탈락 위기에 몰리자 지난해 6월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한국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신태용 감독은 청소년 대표, 올림픽 대표를 경험했고 대표팀 코치로 슈틸리케를 보좌해 대표팀을 잘 알고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불안불안하긴 해도 결국 최종예선에서 A조 2위로 한국에 월드컵행 티켓을 안겼다.

▲ 2개월 VS 11개월

4월에 부임했으니 니시노 감독이 일본 대표팀을 지휘한 것은 2개월 남짓이다. 대표팀에 자기 색깔을 입히거나 어떤 새로운 전략 전술로 훈련을 시킬 시간이 거의 없었다.

니시노 감독은 전임 할릴호지치가 만들어온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수들에게 많이 맡기는 방식으로 그동안 팀을 이끌어왔다. 다만 세트피스 등에서의 세부적인 플레이에 대한 연습은 많이 해온 것으로 보였다. 

일본은 콜롬비아전 전반 시작 3분만에 상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 상황에서 거의 전 시간을 뛰는 운이 따르긴 했지만 간결한 볼터치와 빠른 패스, 수적 우세를 살리는 중원 장악으로 계속 주도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오사코 유야의 결승골은 코너킥 상황에서 준비된 플레이에 의해 뽑아낸 것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7월 부임했으니 월드컵까지 11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선수들을 파악하고 최상의 멤버들로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조추첨 결과 조별리그 상대팀들이 결정되고 나서는 맞춤형 전략을 짜느라 고심했고, 수비 전형 실험, 손흥민 활용법과 파트너 찾기 등으로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한국은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왔는지 모를 정도로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 기용이나 작전, 선수 교체 타이밍 등이 제대로 들어맞는 게 없었다. 유효슈팅 0개는 11개월 된 신태용호에는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 비슷한 선수 및 지도자 경력

니시노 감독은 와세다 대학 시절 대표팀에 뽑히긴 했지만 국가대표로서는 A매치 12게임에 출전해 한 골을 넣은 것이 전부다. 1978년부터 가시와 레이솔(전신인 실업팀 히타치 포함)에서 뛰었고 35세 때인 1990년 현역 은퇴했다.

지도자 경력은 풍부하다. 일본 연령별 청소년 대표팀을 두루 맡았고 1996년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해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을 꺾는 파란을 연출한 바 있다. 가시와 레이솔, 감바 오사카, 비셀 고베, 나고야 그램퍼스 등 프로팀 감독을 거쳐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감바 오사카에서 리그 우승,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신태용 감독은 화려한 프로선수 생활을 자랑했다. 1992년 일화 천마에서 프로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골든볼, 득점왕, MVP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국가대표팀 감독을 두루 맡은 것과 성남 일화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낸 것은 니시노 감독과 비슷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명성에 비해 미미했고 A매치 23경기 출전에 3골만 기록했다.

▲ 앞으로 운명은?

니시노 감독은 이른바 '운빨'이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평소 도박은 하지 않지만 방송에 출연했을 때 두 번 경마장에서 마권을 산 적이 있는데 모두 우승마를 맞혔다며 자랑한 적이 있다고. 일본이 이번 콜롬비아와 1차전에서 상대 선수 퇴장이라는 엄청난 행운을 누린 것을 보면 니시노 감독의 '운빨'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통하는 듯하다.

신태용 감독은 친한 사람들 사이에 '난놈'으로 통한다. 선수나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고 상복, 우승복도 많았다. 2010년 초보 감독으로 성남 일화를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을 때 신 감독의 '운빨' 얘기가 많이 나왔다.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 결과는 니시노 감독과 신태용 감독이 극과 극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이 속한 H조는 톱시드 폴란드가 세네갈에게 1-2로 패하며 혼전에 빠졌다. 일본이 첫 경기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 16강에 오를 수도 있고, 폴란드 세네갈에게 내리 져 탈락할 수도 있다.

한국은 절망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2차전에서 '혹시' 멕시코를 잡는다면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 

한일 양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떤 운명으로 갈릴 지 조금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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