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마약 피의자들을 거리 행진하도록 해 망신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필리핀의 한 소도시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일 필리핀 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경(현지시간) 필리핀 북부 루손 섬 바탕가스 주에 있는 타나우안시 시청 앞에서 안토니오 할릴리 시장이 괴한이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에 숨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시 홍보 담당자와 직원들이 당시 상황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할릴리 시장은 공무원 수십 명과 함께 국기 게양식을 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총성이 한 차례 들렸고, 할릴리 시장이 가슴을 움켜쥐며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이어 경찰이 대응 사격하는 것으로 보이는 총성이 수차례 들렸고, 현장에 있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근처 숲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총알이 할릴리 시장의 웃옷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기에 맞은 뒤 할릴리 시장의 심장에 박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고도로 훈련된 저격수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할릴리 시장은 2016년부터 마약 피의자들에게 "나는 마약 밀매자다. 나처럼 되지 말라"는 팻말을 들거나 그런 글이 적힌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도록 하는 이른바 '치욕의 걷기'를 시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때문에 그는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시 홍보 담당자는 설명했다.

필리핀에는 히야(Hiya·체면, 부끄러움을 뜻하는 현지어) 문화가 있어 남 앞에서 무시당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분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경찰은 할릴리 시장의 피살 사건이 이와 관련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할릴리 시장 자신이 마약과 연관된 인물이라고 의심해왔고, 할릴리 시장은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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