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대표이사의 ‘활짝 웃는 사진’이 언론계에 널리 유통되고 있다. 관련 사진은 미디어오늘 이치열 사진기자가 찍은 것으로, 김재철 후보가 방문진 이사회 면접 장소로 들어가기 직전 사진이다. 이미 MBC 대표이사의 김칫국물을 홀짝 마신 듯한 미소가 입가에 만연해 장안에 화제로 떠오른 것이다.
MBC 노조는 특보 8호에서 해당 사진을 전면에 사용하면서 ‘김재철 사장의 파안대소’라는 큰제목을 달았다. MBC 노조는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면서 “마지막 결전을 앞둔 링에 오르는 긴장감이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파안대소한 이유는) 면접에 앞서 이미 청와대에 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정치부 기자시절부터 MB와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면서 “김 사장은 MBC가 아니라 MB씨에게 큰 빚을 졌다”고 전했다. 노조는 “사장이 정권에 빚을 지면 방송의 독립성은 무너지고, 독립성이 무너지면 공영성이 훼손되는 건 순식간이다”면서 “낙하산 특보 사장이 투하된 KBS는 KBS 구성원들이 스스로 한탄하듯 ‘한나라당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김재철 사장의 20년전 기고문 논란
김재철 사장이 MBC 정치부 기자시절 노보에 기고했던 글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김 사장이 면접과정에서 ▲PD수첩 진상 조사위원회 구성 ▲노사 단체협약 개정 방침을 선언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김 사장은 20년 전 정치부 기자시절 노보 기고문에서 “영국 BBC가 부럽다”면서 “(BBC는) 방송중지 결정은 편집권의 독립성 침해라며 취재와 제작을 거부한 채 24시간의 파업에 들어갔다. 결국 이 사건으로 브리탄 국무상이 좌천됐고, 프로그램은 당초보다 오히려 90초 늘어난 채 전파를 탔다”고 말했다.
MBC 노조 특보 8호에 전문이 기재된 김재철 사장의 20년 전 기고글은 “시청률을 올린다는 이유로 심층보도 프로그램까지 암흑 시간대로 옮긴 MBC의 현실을 생각할 때 그저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고 끝을 맺고 있어서, 김사장이 면접과정에 선언한 정책과 정반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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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키기 시민행동 출범식 기자회견 장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맨 좌측)도 참여했다. |
◆MBC 노조측 연휴기간에도 불침번
MBC 노조 집행부는 지난 연휴기간에도 김재철 사장의 기습 출근을 대비해, 불침번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집행부는 “비대위는 지난달 26일 방문진이 선임한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총력투쟁 체제에 돌입했다”면서 “지난 사흘 연휴기간 내내 비대위 집행부가 본사 1층 로비에서 출근 저지 농성을 벌였지만, 김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집행부는 “공식적인 첫 출근일인 2일에도 서울 조합원으로 구성된 100인 결사대와 지역 조합원까지 가세해 대대적인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면서 “김우룡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싸움이 어디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번도 불의에 진 적이 없는 MBC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번 싸움도 이길 것이다”는 서울 지부 한 조합원의 주장과 “역사가 잘못 흘러가고 있을 때 중립을 지키는 것은 그 잘못에 동조하는 행위라는 하워드 진의 명언을 따라 함께 분노하자”는 지역 조합의 호소를 특보 8호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2일 김재철 MBC 사장의 첫출근은 무산됐다고 MBC 노조는 전했다. "김 사장은 8시 45분쯤 정문에 나타나 노조 위원장과 설전을 벌렸다"며 "김 사장은 자신이 낙하산이 아니고, 절차대로 뽑혔다면서 위기에 처한 MBC를 구하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고 MBC 노조 관계자는 말했다. 김재철 사장은 MBC 노조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MBC 본사를 빙글빙글 돌다가 9시 조금 넘는 시각에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출근저지 투쟁은 강행한다고 MBC 노조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