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공장 쪽은 영향이 거의 없어요."

주52시간 근무 도입 이후 애로사항이 있냐는 물음에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현장 인력의 경우 4조3교대 체제라 근로단축 개정법 시행에 무리가 없지만 잔업 등이 많은 사무직군은 아직 혼란스러운게 사실이다는 반응이다.

철강사들 대부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코 4조2교대, 현대제철 4조3교대 체제로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어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 또한 문제는 사무직군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오는 12일 동국제강 인천공장을 찾을 예정이다. 방문 목적은 '주52시간 근로단축법' 시행과 관련해 현장 점검과 최근 21명의 신규 채용에 대해 격려를 하기 위함이다.

문제가 없는 곳에서 문제를 찾겠다니 '탁상행정'과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기획안을 낸 산업부 산업일자리혁신과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향 없다는대 도대체 거길 왜 가냐"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온다. 이미 안단다. "그럼 왜 가냐 페럼타워(동국제강 본사)를 가야지"라는 말을 했더니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근로단축법 시행 여파로 철강업종의 고용률이 올랐단다.

근로단축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채 9일째밖에 되지 않았는데 고용 상승이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통계자료를 보여달라니 철강사에게 구두로 들었고 직접 가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겠단다. 정확히는 구체적으로 언제 몇명이 늘었는지 확인하겠단다.

암행어사 행차가 따로 없는 행보라 너털웃음 치며 "전기로 제강사 갔으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애로사항 듣지 그래요" 했더니 그제야 '아!'하며 알았단다. 일자리정책과라 일자리만 알고 산업용 전기요금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단다.

요즘 철강업계를 보면 '사면초가'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대미 통상압박에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철강 품목은 할당량이 정해져 있고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공정거래위원회의 철근가 담합 조사까지 한고비 넘기면 또 한고비 찾아와 철강업계는 곤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부 차관까지 나서서 굳이 철강사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차관에겐 대미 통상압박에 EU의 세이프가드 조치, 공정거래위원회의 철근가 담합 조사 결과 등은 관심 밖의 사안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공정위의 철근가 담합 조사 결과가 나오는 날 하필이면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동국제강을 찾겠다는 것 아닌가.

이 차관이 진정 철강업계를 위한다면 인천공장을 찾을 게 아니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사무직 직원들이 있는 페럼타워를 방문해야 할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 말마따나 그림이 나오는 풍경을 원한다면 인근에 위치한 동국제강의 원·하청 업체를 찾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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