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조한진 기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정부와 삼성이 모처럼 얼굴을 맞대고 웃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힘을 실어 주면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삼성의 노고를 격려하며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영 복귀 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 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만남으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 시간은 5분여 남짓에 불과했지만 무게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감정의 골만 깊어졌던 정부와 삼성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이 투자와 고용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요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 환경이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 불붙인 ‘무역전쟁’이 전세계 주요 시장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내부적으로는 고용불안과 경기침체 등 부정적 시그널이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은 월드 클래스 ‘스타플레이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부의 압박과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받는 샌드백 신세다. 사상 초유의 총수 공백 사태를 겪었고, 삼성맨들은 잇몸으로 버텼다. 지난 2월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이 부회장도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시장을 점검하고 성장 동력을 고민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경영활동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 9일(현지시간)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기전에서 스타플레이어의 유무는 승부의 흐름을 바꿀 있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장기전에서는 리더의 전략과 선수들의 시너지가 더 중요하다. 선수의 ‘투혼’만으로는 오랜시간 버티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원맨팀’의 한계가 여실이 드러났다. ‘신계’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포진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모두 토너먼트에서 졌다. 네이마르가 버틴 브라질도 짐을 쌌다. 이에 비해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재능이 결합된 프랑스·벨기에·크로아티아·잉글랜드는 여전히 우승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와 대기업은 평행선을 달렸다. 리더와 기업의 호흡은 맞지 않았고, 경쟁력까지 점점 떨어지면서 불안감만 늘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기업들은 정부가 운전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상을 향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기업들은 계단으로 힘겹게 걸어가는 상황이다. 체력이 고갈되면 더 이상 보조를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인도 순방 기간 중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을 찾았다. 생전에 간디는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삼성과의 만남은 정부와 기업간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힘을 모아 바꾸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장담하기 어렵다. 더 이상 주춤 거리면 암울한 미래가 우리를 반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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