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여야가 41일간 지속된 입법부 공백상태를 해소할 원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신경전이 대두된 가운데 법사위가 갖는 '무소불위'의 기능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장병완 원내대표는 전날(11일) 국회에서 원 구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뒤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해 법사위의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사례는 없다"며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마저도 법사위에서 장기간 계류되거나 사실상 폐기되는 사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1951년 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법사위가 해당 절차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법안의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 간 갈등이 나타나고,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계·자구심사에서 체계심사는 법안내용의 위헌여부, 다른 관련법률과 저촉되는지 여부, 자체조항 간 모순유무를 심사하면서 법률형식을 정비하는 것을 일컫는다. 자구심사란 법규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 등을 심사해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것에 해당한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법사위 체계·자구심의 원래 취지는 법률의 체계, 타 법과의 상충문제, 위헌적 요소 등을 검토하는 것인데 실제 운영과정에서 달라졌다"며 "법안의 형식적인 측면을 손보라고 만들어진 절차인데 법안의 본질적 내용을 수정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상임위와 법사위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17대 국회에서부터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관례화되면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가 쟁점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전 조사관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둘러싼 쟁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쟁점법안의 경우 필수절차인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는 입법과정에서 또 다른 비토(veto)지점으로 기능한다"며 "당파적인 대립과 이로 인한 입법 교착은 입법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가 가지는 순기능 역시 존재한다. 상임위에서 심사된 법안을 '필터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 조사관은 "상임위에서 심사해 올라오는 법안을 보면 타 법과의 상충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올라오는 게 많다"며 "일각에서는 법사위가 '상원'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법률의 문제점을 검토할 단계로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또 재반론하는 사람들은 법사위에 체계·자구심사 절차가 있으니 (법안 검토를) 미루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며 "상임위의 축조심사 과정에서 그런 부분들까지 검토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임위에서 법안을 검토하는데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정치학계에서는 입법과정의 필수절차인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많다"고 답했다.

   
▲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