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싱가포르 발언 이후 호가 급등하고 매물도 사라져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용역 사실상 확정…발표시점 고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서울 여의도와 용산 일대 집값이 요동을 치고 있다.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하는 대신 지상은 공원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나온 이후부터다.

이 같은 여의도와 용산 개발 밑그림은 '2030서울플랜'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박 시장의 발언은 사실상 관련 용역이 마무리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여의도와 용산 일대 집값이 요동을 치면서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 등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다.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해 국제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게 핵심 구상이다. 또 용산은 지하철 1호선 서울역과 용산역 구간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에는 마이스(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파트값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울시에서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아파트값만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여의도와 용산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들어 최고 매매가 9억원을 기록했던 여의도 수정아파트 74㎡(전용면적)는 박 시장 발언 이후 11억원에 매매됐고, 용산도 한강대로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많게는 억 단위로 호가가 껑충 뛰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일주일 사이 0.1% 올랐는데, 여의도가 속해 있는 영등포구는 0.24%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산구(0.2%)도 영등포에 비해서는 다소 뒤처지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공개하는 게 맞다"며 "선 계획, 후 개발 방식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성급한 정책을 즉흥적으로 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박 시장이 이번 구상을 발표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주택거래신고지역 설정을 동시 추진했다면 지금 같은 이상 과열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완전히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추진 과정에서 재원 조달이나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른 주변 집값 불안정 등 숱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싱가포르 발언 이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LS타워(옛 국제빌딩·하얀색 빌딩) 주변 용산 모습/사진=미디어펜


용산과 연계해 여의도를 국제금융도시로 개발한다는 내용은 이미 '2030서울마스터플랜'에 담겨져 있고,  용산 마스터플랜은 당초 지난해말 용역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몇 차례 연기된 상황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지난 18일 도시계획위원회에 보고가 됐다.

따라서 박 시장의 싱가포르 발언은 마스터플랜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값이 요동을 치면서 여의도와 용산 집값이 들썩이자 아파트 재건축 심의를 잇달아 보류하는 등 완급 조절에 나서고 있어,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의 주택재건축 정비계획안 심의를 보류했는데, 공작아파트는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적합성을 맞춘다는 이유로, 왕궁아파트는 한강변 층수 제한 등 민감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두 아파트이 심의보류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열린 혈안 질의답변에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디"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 장관은 또 "철도시설은 국가 소유이기에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함께 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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