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최저치…실제론 50% 벽 무너졌다는 조사결과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일방적 폭주 스스로 삼가해야 성공
   
▲ 조우석 언론인
고공비행하던 대통령 지지율에 급제동이 걸렸다. 80%대를 오르내리며 '지지율 독재'란 말까지 나오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한두 달 새 뚜렷한 급락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들쭉날쭉하는 여론조사기관별 수치부터 뭔가가 수상쩍다. 60%대 최저치에 접근했다는 게 여러 조사기관의 중간결론인데, 일부에선 50% 이하로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지금이 중요하다. 60%대이건 50%선 붕괴이건 취임 2년차 정부로선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민심의 현주소를 잘 읽고 오만과 독선을 제어할 것인가, 아닌가를 점검할 때가 지금이다. 여기에서 삐끗할 경우 자칫 국정 추진동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걸 염두에 두고 지난 1일 리서치뷰가 발표한 문 대통령의 7월 말 지지율은 전주 대비 8%포인트 급락한 61%였다는 게 우선 흥미롭다. 그에 앞선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61.1%를 기록했다. 두 조사기관의 0.1% 포인트 차, 꽤 엄정해 보이는 수치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이 권력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론 60% 벽이 무너졌는데도 무리한 통계보정 작업을 통해 60%대를 지켜주고 있다는 심증이다. 여론조사기관의 정치적 편향이 도마에 오른 지 오래라서 개연성이 없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바로 등장해 긴장감을 안겨줬다.

여론조사기관 '공정'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45.7%에 불과했다. 60%대는 물론 과반까지 붕괴된 놀라운 수치다. 궁금하다. 어떤 조사기관이 민심을 더 잘 반영하는 걸까? 그리고 왜 이런 상이한 결과가 나왔을까? 일반 여론조사기관과 여론조사기관 '공정'의 차이점은 기법상의 차이일 수도 있다.

이른바 중립점(点)을 넣고 묻느냐 빼고 묻느냐에 따라 응답은 춤을 추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이건 "잘하는 편이다", "못하는 편이다" 2개의 답 사이에 "보통이다"라는 중립점을 넣을 경우 결과가 판이하다. 그게 여론조사의 묘한 함정인데, 희한한 건 대통령 지지도를 물을 때다.

이걸 물을 때 2개 답만을 제시하면, 중립점을 포함해 3개 답 제시할 때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유도해낼 수 있다. 15~20%에 달하는 부동층이 "잘한다"로 확 쏠리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데 모종의 껄끄러움 내지 두려움을 갖고 있고, 누가 물을 경우 "잘한다" 쪽에 서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다.

   
▲ 여론조사 기관 '공정'의 조사 결과. 세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이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동안 '의도된 대세몰이'를 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6·13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대통령 지지도 80%가 맞나? 주변엔 지지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 혼자 지지율 80%라니 어이없다"고 한 건 그런 내막을 몰랐기 때문에 했던 불만이다.

즉 홍준표의 지적은 틀린 건 아니지만, 정교한 지적은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이 중요하다. 60%대 유지이건 50%선 붕괴이건 취임 2년차 정부로선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미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지지율 기록 보유자다. 지난 5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83%를 기록한 게 그렇다. 역대 정부의 취임1년을 비교해 봐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차피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며, 그래서 과학이다. 직선제로 전환한 첫 대통령인 노태우의 경우 1년차 4분기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반면 김영삼의 경우 1년차에 매우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3~4년차에도 안정적이다가 막판 추락했다.

김대중의 경우 집권 2~4년차까진 괜찮으나 집권 말년엔 예외 없이 떨어졌다. 노무현의 경우 초기에는 안정적이었으나 2004년 당 분열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이명박의 경우 초기에 만난 미국산 소고기 사건으로 지지율이 낮았으니 중후반기까지 지지율은 높은 편이었다. 박근혜의 경우 집권 4년 차 중후반에 지지율이 갑자기 낮아졌고 급기야 탄핵으로 이어졌다.

어쨌거나 모든 집권자는 예외 없이 집권 4년차 징크스가 있고, 이 '깔딱고개' 관리가 중요하다. 그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집권 초기이며, 안정적 관리가 가능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오만과 독선을 제어할 것인가, 아닌가를 긴급 점검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여기에서 삐끗할 경우 자칫 국정 추진동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리 하나는 잘한다는 신화가 깨지는 국면이 지금이다. 종전 선언하자면서 핵물질과 미사일을 계속 만지는 북한 소식이 들려올 때 국민 불안감은 커진다.

둘째 적폐청산 피로감이다. 지금 당장 기무사 문제만 해도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내출혈에 열중하느냐는 게 국민의 민심이다. 그리고 셋째는 경제문제다. 기업 심리지수는 17개월 만에 최저점이고, 실물과 심리 지표 모두가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호황에도 역주행한다는 징후가 뚜렷하다.

이걸 국민들이 과연 참아줄까? 그러나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은 집권 이후 내내 국가정체성을 부정한다는 점에 대한 점점 커지는 국민 불안감이다. 당장 가을로 예정된 문재인-김정은 평양 회담을 8월로 앞당긴다는 말이 나돌지만, 그렇게 서두르는 건 패착일 수 있다. 국민 사이엔 주사파 정부라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게 무얼 뜻할까? 집권 3~4년차에도 안정적이다가 막판 추락했던 김영삼 정부보다 결과가 더 참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지금 급락 중인 지지율은 그걸 읽고 올바르게 대처하라는 소리로 해독해야 옳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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