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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동연·이재용 회동과 '답정너' 청와대의 어깃장
정부가 기업을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는지 의문
정부·기업 관계 재정립 발등의 불…시간 많지 않아
조한진 기자
2018-08-06 13:35

   
산업부 조한진 기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그때 그때 달라요.” 오래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다. 최근 정부가 삼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평소에서는 무덤덤하게 지나가던 일도 ‘삼성’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되면 화들짝 놀라 기준이 유연(?)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6일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 등에서 많은 말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김 총리가 LG와 SK, 현대자동차그룹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는 과정과 절차 등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면담을 두고 ‘대기업 비틀기’와 ‘투자 구걸’ 등의 단어가 확산되자 청와대와 기재부 등이 부담을 느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다른 기업들과 같이 간담회 등의 계획을 준비했던 삼성만 공중에 떠버린 꼴이 됐다.


우리 경제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청와대는 삼성에 대해서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인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계획이 나오면서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 가능성이 초미의 과심사로 떠오르자 청와대는 “(이 부회장을) 초청한 것은 아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 현지에서 이 부회장을 면담하며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한 바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삼성의 국내 투자·고용 확대 방안 마련은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도해석할 수 있다. 경제정책 수장인 김 부총리의 첫 번째 삼성 방문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대통령과 이 부회장 회동의 후속 조치 확인에 초점이 더 맞춰진 것도 사실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부총리가 앞서 방문한 대기업들과 같이 삼성이 간담회 후 곧바로 투자 계획을 공개하거나 조금 뒤로 미루거나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 기업을 경제성장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기업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것 보다는 자신들의 체면과 명분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는다.


문재인 정부는 1년이 넘도록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의  ‘답정너 소통’을 기업과 이어오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정부부처 수장도 청와대와 온도차가 다른 발언을 하면 십자포화를 맞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까. 


‘구걸’과 ‘협조’는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다. 국어사전에 구걸은 ‘돈이나 곡식, 물건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빎’이라고 돼 있다. 협조는 ‘힘을 보태어 도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파트너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는 요구하면 구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뛰는 친구에게 지금 사정이 이러하니 힘을 보태달라고 하면 협조가 될 수 있다. 요청을 할 때 상대방을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따라 구걸이 될수도, 협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정부와 기업들이 열심히 ‘절친노트’를 찍고 있다. 서로 마냥 좋아서일까. 아마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힘을 모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정부와 기업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다. 반도체 이후 먹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린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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