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업계 오랜 숙원이었던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타진하던 키움증권의 사업 확장 가능성이 열렸다. 뿐만 아니라 기존 카카오뱅크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증권사에게도 은산분리 완화는 큰 호재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필요성을 암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 적용하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그동안 암초에 걸려 있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활로가 생길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단 은행권만의 이슈는 아니다. 일단 증권사 중에서 대표적으로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키움증권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확정되면 독자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거나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가졌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장인 권용원 키움증권 당시 사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업계 주목을 받았고 주가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10%(의결권은 4%)로 제한돼 있는 은산분리의 벽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키움증권의 대주주는 지분 47.7%를 가진 다우기술이기 때문에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고 있다.

결국 키움증권은 우리은행에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은행업 우회 진출을 시도해 왔다. 향후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가시화되면 관련 TF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경우 과거부터 구축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술과 국내 1위 온라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을 차리진 않았더라도 지분 투자를 한 증권사들이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는 한국금융지주로, 이는 한국투자증권 중심의 지주회사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은산분리 이후 카카오에게 일부 지분을 넘기고 2대 주주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 한국금융지주 계열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탑재시킬 경우 카카오뱅크가 자산관리 통합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투자업계로서도 놓칠 수 없는 찬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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