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삼성증권에 이어 유진투자증권에서도 이른바 ‘유령주식’ 거래 사례가 나오면서 금융감독원이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 주식거래 시스템에 대한 많은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해 이번 일과 같은 사례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증권사들에 대한 지나친 질책보다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에 이어 유진투자증권이 ‘유령주식’ 관련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유진투자증권 고객인 한 개인투자자는 지난 5월 자신의 계좌에 있는 미국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다우30' 주식 665주를 전량 매도했다. 

   
▲ 사진=유진투자증권


해당 ETF 주식은 미국 현지에서 4대 1의 비율로 병합을 실시한 것이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이 내용이 반영되기 전에 매도를 진행한 것이다. 통상 병합을 하면 주식 숫자는 줄어들고 주가는 올라 전체 주식가치는 유지된다. 

그런데 이 경우 병합내용이 유진투자증권 전산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 표면적인 주가가 4배나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A씨는 주가가치가 오른 것으로 착각하고 매도를 진행했다. 실제 A씨가 보유한 주식은 166주뿐였지만 거래 시스템에선 665주가 매도 처리되면서 A씨는 매매차익으로 17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현재 유진투자증권은 A씨에 초과 수익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사고 원인은 증권사 매매 시스템의 느린 대응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다소 복잡해졌다. A씨는 수익 반환을 거절했고,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통상 미국 예탁결제원에서 주식 병합과 관련한 전문을 2~3거래일 전에 발송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문이 당일 도착해 손을 쓸 시간이 없었다는 게 유진투자증권 측 설명이다. 

결과적으로는 삼성증권 때와 같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주식이 거래된 셈이라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오는 17일까지 5거래일에 걸쳐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의 의사소통 지연, 직원이 수작업으로 시스템에 숫자를 기입해야 하는 업무 특성 등이 맞물려 일어난 일인데 삼성증권 사태가 워낙 커졌다보니 이번 사안도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

유진 측이 더욱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미 지난 1월에도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유진투자증권은 계열사 유진기업의 전자단기사채를 우회 매수한 혐의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과태료 2억 5000만원도 부과 받았으며 유창수 부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이번 유령주식 사태가 확대될 경우 8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유 부회장에게도 이른바 ‘CEO 리스크’가 얹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해프닝 차원의 문제를 너무 엄중하게 접근한다면 그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 사태 이후 증권사의 주식 매매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했음에도 이번 사건으로 보듯이 ‘사각지대’가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삼성증권 문제가 커진 것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지만 이번 사건엔 그런 요소는 없다”고 구분했다.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압박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유진투자증권에 별도의 검사나 제재조치가 필요할 지는 검토 중”이라며 “해외주식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여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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