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유진투자증권의 해외주식 거래시스템에서 전산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예탁결제원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해외 주식에서 발생한 권리 변화를 국내 증권사에 신속하게 전달 및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을 도외시 하면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진투자증권의 해외주식 거래시스템에서 전산 사고가 일어났다. 개인투자자 A씨는 지난 5월 25일 유진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있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인 '프로셰어즈울트라숏 다우 30' 종목 665주를 전량 팔았다. 

   
▲ 사진=한국예탁결제원


문제는 실제로 당시 A씨가 보유한 주식은 166주뿐이었다는 점이다. A씨가 매도를 하기 전날 해당 ETF가 4:1의 비율로 주식 병합을 단행했음에도 유진투자증권이 주식 병합 결과를 뒤늦게 시스템에 반영해 이른바 ‘유령주식’이 매도되는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이 거래로 A씨는 초과 수익 1700만원을 올렸다.

사태를 수습 차원에서 유진투자증권은 매도 제한 조치를 취하고 초과 매도된 499주를 사들였다. 이후 개인투자자 A씨에게 499주를 매수하는 데 들어간 약 1800만원의 비용을 요구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결국 유진투자증권은 법적 소송을 예고했고 A씨는 금감원에 지난달 19일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 이후에 벌어난 이 사건에 대한 주목도는 아주 높다. 증권사 매매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탁원은 법적으로 개인들이 거래하는 해외주식을 독점 보관하는 지위를 보유한 기관이다. 따라서 해외주식과 관련된 문제들도 예탁원이 관련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실상은 개별 증권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과 같은 사태가 터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유진투자증권 사건 이후 ‘예탁원이 해외주식 권리 변화 정보를 통지 및 시스템적으로 반영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예탁원 측은 해외 자본시장에서는 예탁원 역시 다른 증권사와 똑같은 한 명의 시장 참가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주식병합 날짜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항변하고 있다.

결국 예탁결제원이 해외 증권시장에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않는 이상 업계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예탁원 측의 입장이다. 유진투자증권 사건의 경우 현재 금융감독원이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이후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이 업계와 예탁원 등에 미칠 파장도 가변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