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재단·인재 숲 장학사업 평생 헌신
24일 워커힐호텔서 500명 참석 기념행사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남긴 말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장본인이자,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로 ICT 강국의 기반을 닦은, ‘늘 10년을 내다본 기업인’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 폐암수술을 받은 고 최종현 회장 (왼쪽 두번째)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지 26일로 20년을 맞는다. SK그룹은 오는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20주기 행사를 연다.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릴 예정이다. 고인은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종현 회장은 1973년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선경그룹을 이끌었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순간이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해 1983년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고, 이듬해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 벌거숭이였던 충주 인등산이 울창한 '인재의 숲'으로 변한 모습. 원안은 고 최종현 회장과 고 박계희 여사가 1977년 인등산에서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 /사진=SK제공


그는 그룹 총수의 역할은 곧 '미래설계'라고 강조했다.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운 후 현지 ICT 기업들에 투자하며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고 그로부터 2년 뒤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SK 관계자는 "최종현 회장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원대한 꿈을 치밀한 준비(지성)와 실행력(패기)으로 현실로 만든 기업인"이라며 "최종현 회장에게 ‘불가능’은 미래를 내다보고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은 사람의 핑계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최종현 회장은 사재를 들여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하는 등 평생을 인재양성에 힘쓴 인물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되던 시절,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최종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재단이다. 

SK에 따르면 한국고등교육재단은 44년간 무려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심리학과),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화학과) 등 세계적 석학들은 모두 재단을 거친 인물들이다.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다. 1998년 작고한 고인은 국내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도 바꿨다. 그는 자신을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당시 20%에 불과하던 화장률은 이듬해 30%로 올랐다. 현재는 80%가 넘는다. SK그룹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2010년 500억원을 들여 충남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 시설을 준공해 시에 기부했다. 

   
▲ 고 최종현 회장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사진=SK제공

SK그룹에 따르면 고 최종현 회장이 남긴 경영 DNA는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최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반도체, 바이오로 확장했다. 그가 1998년 취임할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으나 현재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성장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경영철학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가치와 공유인프라 전략 등으로 진화 발전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더 큰 행복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아 회사 구성원들이 기부금을 모아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한다. 14일부터는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을 주요 사업장에서 개최하고, 24일에는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경영철학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이항수 SK그룹 전무는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SK그룹은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