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에 최선 다할 것"...'50년 갈등관계' 삼성그룹 고위직 첫 CJ행 '주목'
   
▲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근희 전 삼성생명 고문(65)이 CJ와 삼성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삼성그룹과 CJ그룹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13일 CJ그룹에 따르면 이날부터 박 전 고문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첫 출근 했다. CJ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삼성에서 쌓아온 오랜 관록을 토대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최고위직 출신 인사가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상속세 다툼 등으로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던 두 그룹에서 최고위직 임원이 상대 회사로 옮기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 됐기 때문.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박 부회장의 CJ행을 두고 삼성과의 화해 무드로 돌입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박 부회장은 “(삼성그룹과 CJ그룹의 화해와 관련)제가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삼성그룹과 CJ그룹간 불편한 관계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희 전 회장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지만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됐으나 고 이맹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형제간 갈등은 숙질간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부터 4년간 진행된 삼성과 CJ의 분리 과정에서 이학수 사장을 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령하는 등 제일제당 경영권을 놓고 이재현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이다. 이후에도 1995년 CCTV 사건 등 양측은 크고 작은 사건들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그룹은 2011년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도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고 2012년에는 급기야 이맹희 전 회장의 제소로 이병철 회장이 남긴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 상속 소송까지 벌였다. 2015년들어서는 이재현 회장을 위해 삼성일가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일시적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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