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인수 방향 정해져 있고 진행중"
매각가 2조4000억원 예상…가격 놓고 조율 한창
인수 성사 땐 KB금융에 뺏긴 리딩뱅크 재탈환할 듯
보험업계 전망 어려워 책임준비금 부담 리스크는 변수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과 인수협상에 나서면서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사와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기로 약속하고 최종 입찰 가격 등을 조율하고 있다.

예상되는 가격은 2조4000억원 정도로 주당 인수 가격은 5만원이다. ING생명의 현 주가가 4만원 초반임을 고려하면 약 2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신한금융은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이사회에서 ING생명 인수 건을 보고할 예정이다. 

ING생명과 신한금융의 인연은 지난 2013년께 본격화 됐는데 양측은 인수가를 놓고 수년간 저울질에 나서 인수합병(M&A)이 장기화 됐다.

당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입찰 경쟁을 유도하고자 매각 지분을 절반으로 줄여 ING생명을 시장에 내놨고 한때 몸값이 3조원 가까이 뛰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부담되는 인수가격에 많은 기업들이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매각가를 2조4000억원까지는 받고자 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신한금융은 2조원 초반대로 가격을 원하고 있어 막판 조율에 한창인 상황이다.

인수추진 사실이 공개되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직접 밝혔다.

조 회장은 "인수 방향은 정해져 있고 진행중이다"며 “상장사이고 가격 문제에 있어 디테일한 부문까지 고려해야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이라 현재까지 구체적인 얘기는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신한금융 제공

지분 매입 시 신한금융은 매각가 부담에 따라 자본조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이달 초 5억달러(약 57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오는 17일 열릴 이사회에서도 30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키로 해 1조원 가까이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회장은 계획대로 인수가 완료될 경우 "비은행 부문의 보강이 기대된다"고 밝혔는데 합병 시 신한카드에 치우친 비은행 부문의 이익이 보험 계열에까지 고루게 분포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KB금융에 뺏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재탈환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2007년께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 이후 10년 만에 M&A 성사라 금융권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KB금융은 실적 부문에서 신한금융을 제치고 업계 1위로 도약했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투자증권(현KB증권)을 품에 안으며 자산 규모가 커지고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높아졌던 게 실적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수수료이익 비중에서 비은행 의존도는 46.8%를 기록, 2016년 25.4%에서 2017년 42.5%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는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의존도가 50%에 육박해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신한금융으로선 수년 째 눈독들였던 ING생명 인수를 통해 자산과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높이는 승부수를 걸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신한금융은 기존에 생명보험사로 신한생명을 가지고 있어 두 회사의 거취에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과 신한생명은 전통적으로 설계사 채널이 강한 곳이라 통합 시 인원 축소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또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업계의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고민이다. ING생명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저축성보험의 책임준비금은 1조7492억원에 달해 향후 신한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농협금융처럼 책임준비금 부담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생명보험 업계에서 자산 규모로는 3위권인 농협생명을 가지고 있어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책임준비금 부담로 상반기 비이자이익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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