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최기화 방문진 이사가 부적격이라면 추천명단이라도 공개하길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김도인, 최기화 두 명의 신임 방문진 이사에 대해 언론노조 진영이 강한 비토를 놓고 있다. 이유는 첫째 MBC 보도 공정성을 훼손한 편향인사라는 것, 둘째 김미화, 윤도현 등 방송인들을 퇴출시킨 장본인이라는 것, 셋째 정치권 나눠먹기로 방통위 고유권한에 개입한 탈법적 인사라는 것이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이번 이사들이 과거보다 특히 부적절한 인사라서 나온 새로운 논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2012년 방문진 이사 선임 때도 그들은 '편향 인사' '정치권 나눠먹기'라고 비난했었고 2015년 선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 2009년도 똑같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민언련과 같은 언론시민단체들이나 언론노조, 한겨레와 같은 좌파매체 등 소위 언론노조 진영이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선임이 끝나면 으레 틀어대던 재방송이다. 근데 참 욕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권 방송장악도 다 끝난 마당에 야당 몫의 이사마저도 자기들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보수정권 추천 인사만 반대하는 언론노조

이건 필자가 김도인, 최기화 두 이사들을 환영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의문점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라는 언론노조 진영의 독선은 그냥 넘기기 힘들다. 우파정권 때 이사회 다수 여당 측 인사들이 편향적이라고 불만이더니 좌파정권이 들어서서도 소수 야당 몫 이사들이 편향적이라고 난리굿이다.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촛불정신을 방송에서 구현하자는 이사들이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고 그들이 임명한 사장이 방송을 틀어쥐고 있는데 뭐가 그토록 불만일까. 김, 최 이사 두 사람이 지난 정권 언론부역자라고?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보도국 부국장, 2007년 보도제작국장을 지낸 유기철 이사는 좌파정권 언론부역자다.

유 이사가 보도국을 종횡무진 누빌 당시 MBC 보도가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새삼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노무현을 위한 방송 아니었나. 그런 유기철 이사는 이번에 연임했다. 언론노조 진영의 고약한 내로남불이 새삼스럽진 않지만 자기들은 괜찮고 상대진영은 안 된다는 건 유치한 잣대 아닌가.

이쯤에서 궁금한 게 있다. 언론노조 진영은 두 이사가 편향적이고 언론부역자라 안 된다고 한다. 이 사람도 안 되고, 저 사람도 안 된다면 언론노조 진영이 찬성하는 이사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보수야당이 추천할 만한 인물로 누굴 찬성하는지 아예 명단을 공개하자는 얘기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김도인, 최기화 두 명의 신임 방문진 이사에 대해 언론노조 진영이 강한 비토를 놓고 있다. 이유는 첫째 MBC 보도 공정성을 훼손한 편향인사라는 것이다. 이 사람도 안 되고, 저 사람도 안 된다면 언론노조 진영이 찬성하는 이사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보수야당이 추천할 만한 인물로 누굴 찬성하는지 아예 명단을 공개하자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성이란 게 '우리 편으로 다 채우기'가 아니라면 이 마당에 공개 못할 이유도 없지 않나. 누굴 찬성한다는 의견도 못 밝히면서 이 사람도 안 되고 저 사람도 안 된다고 한다면 비난을 위한 비난에 불과하다. 언론노조 진영이 자신들 과거에 '아몰랑'할까 노파심에 지적하자면, 정치권 나눠먹기 인사란 논리는 아예 꺼내지 않기 바란다.

과거 좌파정권 때 그 논리로 지금처럼 반대한 역사는 없었다. 지금 주장이 순수하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보수야당과 작당해 나눠먹기로 방문진, KBS이사를 선임했을 때 들불처럼 일어났어야 했다. 그땐 가만히 있다 보수정권 이후로 보수정당 추천 인사만 줄곧 물고 늘어지는 건 너무 속 보이는 짓이다.

언론노조 진영 추천 인사 명단을 공개하라

김미화, 윤도현과 같은 방송인들 퇴출을 문제 삼는 것도 어이가 없다. 이들 두 사람은 좌파정권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 TV프로그램을 맡아 오랫동안 잘 나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떤 정권에서든 어떤 경영진이 들어서든 천년만년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는 무슨 법이라도 있나?

MBC가 이들 방송출연을 보장해야 할 만큼 무슨 부채라도 졌다는 얘긴가? 보수정권이 임명한 MBC 경영진이 이들을 퇴출시켰다고 하는데, 지금 최승호 사장 경영진 아래에서 보수인사들이 사실상 방송출연을 금지당한 현실은 그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건 블랙리스트가 아닌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문제적 인물, 주진우 기자와 같은 극단적인 편향 인사에 시사프로그램을 맡기는 것도 공정성을 유지했다고 볼 수 없다. 좌파정권에 충성한 MBC 보도의 주역인 유기철 이사 연임이나 언론노조 소송을 도운 민변 출신 신인수 변호사와 같은 이의 선임에는 찍 소리도 않는 게 현재 언론노조 진영의 태도다.

김도인, 최기화 이사에 대해 워낙 적반하장 논리로 비난만 해대니 어떤 음모론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알다시피 두 이사는 MBC 출신으로 전임 사장 밑에서 경영진으로 일했다는 것 외에 딱히 알려진 경력이 없다. 그런데 언론노조 진영은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이들을 비난함으로써 마치 보수우파의 전사인양 아이콘화 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MBC 출신이니 자신들이 길들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이런 식의 낙인부터 찍는 건 이미지 왜곡을 부를 위험이 있다. 이들이 방문진에서 현 정권과 언론노조를 견제하는 일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제안을 하고 싶다. 김도인, 최기화 두 인물은 이런 저런 이유로 안 된다니 그럼 보수야당이 추천할만한 인사 명단을 언론노조 진영이 공개하라는 것이다. 대체 어떤 인물을 선임해야 공영방송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는 거다. 그게 없다면 대안 없는 비난, 무조건 보수인사는 안 된다는 독선 밖에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언론노조 진영이 자신들이 말하는 공정성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할 때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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