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전날(16일)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에 합의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여야정협의체 1호 의제로 '탈원전 정책'을 꺼내들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의 기존 입장과는 대치되는 내용이어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찬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원전 정책을 여야정협의체 첫 의제로 하자고 요구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은 여야정협의체에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고 요구했고,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정리하자는 문 대통령의 입장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70~80년 지나야 탈원전이 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탈원전 연한만 끝나면 원전이 없어지는 것인데, 맞지 않다"며 "뛰어난 미래먹거리 산업을 왜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취했다"고 부연했다.

한국당은 줄곧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취해왔다. 최근 지속된 폭염에 전기요금 누진세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해외 원전사업이 백지화되는 듯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한국당의 공세는 강도를 더해갔다.

그러나 정부와 민주당의 입장은 한국당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거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신고리 원전 건설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등 탈원전 의지를 꾸준히 내비쳐 온 상황. 지난해 당정은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야정협의체 첫 개최 시점은 오는 11월이지만, 한국당은 이때까지 탈원전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여권을 향해 맹공을 가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탈원전 정책의 속도·방향을 조절해야 한다"며 "원전은 미래산업이라는 소명을 갖고 끊임없이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각 진영이 대립각을 세우는 분야는 비단 탈원전 정책 뿐만이 아니다. 협치를 위해 합의된 여야정협의체이지만 몇몇 민생법안에 대한 합의를 제외하면 여야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리는 게 현실이다. 당장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놓고 충돌을 빚는 것은 물론 소득주도성장론,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북한산 석탄, 국민연금 등도 갈등이 생기는 지점이다.

다만 여야정협의체를 통한 협치의 물꼬를 튼 상황에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여야정협의체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어떻게 흘러갈지는 더 지켜보는 게 맞다"고 했다.

   
▲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사진=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