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북녘 가족들과의 상봉을 하루 앞둔 이산가족들은 19일 오후 설레고 흥분된 표정으로 속초 한화리조트에 속속 집결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대부분이 80~90대 고령자라 이날 한화리조트 별관 로비에서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접수가 진행된 가운데, 이들은 건강검진 사후 관리를 위한 결과활동 동의서를 작성하고 휠체어 사용여부 등을 확인했다.

저마다 대형트렁크에 선물 보따리를 챙겨온 이산가족 당사자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귀가 어두워 지원인력들과 대화할 때 본의 아니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북녂에 있는 형제들은 다 죽어서 형님의 아들과 딸인 조카들을 만날 예정인 이병주(90) 할아버지는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악수를 나누면서 "만날 거라고 기대 못 했는데 적십자에 뽑혀서 오게 됐다"며 "(조카들을 만나면) 죽지 않고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일찍 금강산으로 향할 이산가족 89명 모두 이날 오후5시5분경 도착해 집결을 마무리했다.

북측에 있는 아들을 만날 예정인 이금섬(92·여) 할머니는 한화리조트 로비로 들어올 때 휠체어를 타지 않고 딸과 적십자봉사원 양쪽의 부축을 받으면서 입장했다.

이금섬 할머니는 당시 전쟁통 피난길에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이 차단돼 업고 있던 갓난 딸과 남측으로 내려왔고, 남편을 비롯해 아들 및 나머지 가족들과 생이별했다.

이 씨는 '아들을 만나면 무엇을 물어보고 싶냐'는 질문에 "누구랑 컸는지 물어봐야지"라면서 "추우니까 잠바와 영양제를 준비했어. 지난밤 잘 잤다"라고 말했다.

동생과 제수씨를 만날 예정인 함성찬(93) 할아버지는 방한복, 운동화, 비누, 양말, 남녀속옷, 초코파이, 사탕 등 선물을 4보따리 챙겨왔다.

함 씨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강원도 철원이 고향인데 가족들 생사를 확인하게 되어 좋았다"며 "무슨 꿈인가 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의료진은 이날 오후2시부터 한화리조트 로비에 상담 테이블을 펼쳐놓고 등록을 마친 이산가족들을 대상으로 혈압, 혈당 등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살펴봤다.

의료진은 이산가족 상봉단에 대한 사전 체크업을 통해 응급상황을 사전에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날 저녁부터 방마다 돌면서 전원 체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워낙 고령자가 많아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한편 상봉단 접수가 이뤄진 한화리조트 로비 우측에는 이산가족들을 대상으로 사진촬영 및 액자 제공 서비스가 마련돼 상봉자들과 가족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번 상봉행사에 처음 실시되는 서비스로 사진 촬영 뒤 약 10분 후면 A4 정도 크기의 나무 액자를 종이 상자에 포장해준다. 액자 개수는 원하는 만큼 제공되고 KT에서 통일부와 협의해 제공한다.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인 2015년 10월26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