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신한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이 농업금융을 소재로 캄보디아서 농기계 관련 금융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달 말 영업 예정인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통해 농기계 할부금융과 보증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캄보디아 현지 소액대출 법인 SAMIC을 최종 인수한 뒤 이달 말 현지 법인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의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시엠레아프 틍 3대 도시를 기점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현재 사업 방향은 부동산담보대출, 중소기업(SME) 대출, 농업금융 등인데 기존에 강점을 둔 농업금융을 살려 할부금융 등도 계획 중에 있다. 우선 현지 농림부와 협업 모델을 발굴하고 농협만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 시 지주사 차원에서 손해보험업 진출도 염두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기계 업체들과 함께 진출해 농협이 보증을 서거나 할부금융, 기계 구입비용을 농협에서 대출하는 방안을 계획중"이라며 "농협은 다른 금융사와 달리 농업 쪽에 특화돼 있는 만큼 전략적인 측면에서 관련 사업 검토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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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은행 사옥 전경/사진=농협은행 제공 |
캄보디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016년 기준 200억달러에 그치는 개발도상국이다. 국민 소득 수준 또한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농업의 기계화가 되지 못한 상태다. 돈이 없어 농기구를 사지 못하는 농민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농기계 금융 사업의 경우 지난 2015년 신한은행이 미얀마서 수출금융에 나선 적 있지만 수익성 있는 사업은 아니다. 포용적 금융 측면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한 중소 농기계 제조업체, 미얀마 정부와 농기계 수입대금 지원을 위한 8500만 달러(한화 약 918억원)의 중장기 수출금융 지원 계약을 체결한 적 있다. 농기계 제조업체가 농기계를 대량으로 미얀마 정부에 납품하면 현지 정부가 신한은행에 대출을 받는 형태로 기계값을 조달하는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후 신한은행은 그해 7월 미얀마 정부로부터 농촌 현대화사업을 도운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지만 추후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했던 농기계들의 고장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현지 토지 상태와 기후 등이 국내와 다른 상황에서 국내에서 제작된 기계를 단순 대량 납품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농기계 업체들의 분석이다.
농기계 업체 한 관계자는 "농기계는 주로 현지 상황에 맞춰 특별 제작해 판매되곤 한다"며 "강수량이 많은 인도 같은 국가에는 방수 기능을 별도로 강화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일괄적으로 제품을 납품하다보니 고장이 속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2016년 11월 국내 은행 최초로 미얀마 지점 설립에 성공해 현지 진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점을 설립할 수 있게 된 핵심 배경에 대해 금융권과 농기계 업체 등은 포용적 금융 전략과 선제적으로 사무소를 개소했던 게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2013년 가장 먼저 현지에서 사무소를 설치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농기계 업체 관계자는 "미얀마는 2015년께나 현 정권에서나 모두 농업의 생산적 증대를 위해 기계화에 대한 니즈가 강한 국가다"면서 "정부가 직접 수입 대금의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기도 하고, 단순 납품만 받지 않고 수출한 업체에 대해 A/S 교육을 현지 엔지니어들에 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지 당국으로선 현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포용적 금융을 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컨대 인도의 경우 뉴델리서 인가를 받으려면 인구 5만명 이하 중소도시에 먼저 지점을 세운 뒤에 영업하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기존에 농기계를 주력으로 하는 LS엠트론과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과 인도 등에서 농기계 금융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현지 상황에 맞춰 기계를 특별제작해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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