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난 2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를 수확하며 종합 성적 3위를 기록했다.

당초 한국은 금메달 65개 정도를 따 종합 2위 자리를 지킨다는 목표였으나 아시아 스포츠 최강국 중국(금 132, 은 92, 동 65)은 물론 일본(금 75, 은 56, 동 74개)에도 크게 뒤지며 3위로 밀려났다.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의 열세가 여전했던데다, 전통적인 메달밭이었던 태권도 양궁 등에서 예상 외로 메달을 많이 따내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아시안게임 자체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가 떨어졌고, 굳이 메달에 연연하기보다는 선수들의 준비 과정과 경기장에서 흘리는 땀방울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한국 선수단의 성과를 비판적이거나 비관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많이 옅어졌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은 역시 인기 스포츠인 (남자)축구와 야구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야구위원회


대회 폐막 하루 전인 1일 열린 남자축구와 야구 결승에서 한국은 공교롭게도 모두 숙적 일본을 만나 나란히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축구대표팀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승우 황희찬의 골로 2-1로 이겼고, 야구대표팀은 양현종의 무실점 호투와 박병호의 홈런에 힘입어 3-0으로 이겼다.

최고 인기 두 종목에서, 그것도 일본을 결승전에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으니 축하할 만한 경사였다.

그런데 축구대표팀과 야구대표팀의 분위기나 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대조적이었다. 축구대표팀은 우승 확정 순간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았으며 팬들은 찬사를 보내줬다. 야구대표팀은 우승 후에도 표정이 밝지 못했고 팬들은 이전 그 어느 대회 우승 때보다 냉담한 반응이었다.

축구나 야구나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정상에 올랐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고, 예선리그에서 '져서는 안되는 팀'에 지는 충격파를 안겼으며,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과 선수들의 승리 의지로 고비를 넘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축구 20명, 야구 9명 등 금메달로 인해 대표선수들이 무더기로 병역 혜택을 받은 것도 비슷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극과 극의 '대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야구대표팀 오지환과 박해민에서 비롯된 병역미필자 대표 선발 논란이 너무나 큰 이슈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오지환 박해민 등으로 인해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의 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는 현행 제도의 개선 여론이 비등하다. '체육특기자 병역특례 전면 재검토' 움직임도 관계 기관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는 것이 맞고,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를 것이고,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야구위원회


한 가지 되짚어보고 싶은 것은 사령탑을 맡아 금메달 성과를 내고 돌아온 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의 차이점이다. 두 감독이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지 아닌지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축구대표팀이나 야구대표팀이나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축구의 경우 와일드카드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김학범 감독이 병역미필자 황의조를 뽑은 것이, 야구의 경우 선동열 감독이 병역미필자 가운데 오지환 박해민을 뽑은 것이 논란이 됐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사람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 "그럴 실력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논란에 대처하는 김학범 감독과 선동열 감독의 태도는 달랐다. 김 감독은 황의조에 대한 '인맥 선발' 논란을 일축하며 순전히 현재 기량과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판단해 선발했다고 정면 대응했다. 선 감독은 두 선수가 백업요원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고려한 선발이라는 식의 미흡한 해명만 하고 넘어갔다. 물론 와일드카드와 백업 자원이라는 기본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회 기간 이들의 쓰임새와 활약상의 차이는 팬들이 본 그대로였다.

예선리그에서 축구가 말레이시아에, 야구가 대만에 졌을 때. 김학범 감독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앞선 바레인전에서 6-0 대승을 거둬 자만했던 것이 로테이션(선발 선수 대거 교체)을 너무 빨리 가동하게 된 판단 착오를 불렀다며 반성했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의 부담감이 너무 커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선수들이 부담감을 갖고 위축된 근본적인 원인이 일부 선수 선발로 여론의 집중적인 뭇매를 맞은 것이고, 그 선수들을 뽑은 1차적인 책임이 감독 자신에게 있음을 반성하지 않았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금메달을 딴 후, 김학범 감독은 울었고 선동열 감독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귀국해 공항에서 해단식을 갖고 인터뷰를 할 때, 김학범 감독은 당당했고 선동열 감독은 당당할 수 없었다. 성공한 감독도 이렇게 처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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