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사람이 먼저라더니 사람이 먼저 나가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오해하고 이에 따라 탈원전 정책이 이어질 경우 인력 유출로 인한 기술력 저하를 막을 방법이 없다."
13일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2016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에서는 규모 6.1의 지진에 냉각재밸브에 생긴 균열로 사고가 발생하지만, 한국형 원전 'APR 1400'은 규모 7.0도 견딜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발주한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이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전력기술 및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계약을 맺은 원전 관련 업체 697개사 중 400개사가 산업이탈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 원전사업자의 57%에 달하는 것으로, 설계업체의 경우 단 한 곳도 산업을 유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해외 원전 수주가 없을 경우 국내 원전산업 인력이 현재 3만8800명에서 오는 2030년 2만7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대봤다.
아울러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한국기술전력과 한수원에서 각각 53명의 원전설계 인력과 61명의 기술분야 인력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원전 건설을 멈추면서 관련 밸류체인이 붕괴된 미국과 영국 등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전 수출을 통해 일자리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사우디 원전의 경우 미국과 러시아 등과 달리 핵무장 지원 등의 카드가 없어 경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원전 해체 분야 육성 등을 통해 인재 풀 감소에 대응하고자 하지만,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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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신형 원전 'APR1400' 모형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이같은 상황 가운데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자가 급감, 엔지니어 등 미래 인력 양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카이스트에서는 그간 2학년 진학 때 원자력 및 양자공학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생이 20명 가량이었으나 지난해 9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5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5명 모두 올 1학기에 2학년이 되는 학생으로, 올 상반기에는 아무도 원자력 관련 학과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지난 2012년보다 적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한양대·중앙대를 비롯한 대학 내 원자력공학과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대교체'에 난항이 예상된다.
에너지 산업은 방위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부·학계·업체 등 민관이 합동해서 총력전을 펼쳐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탈원전 정책을 지속한다면 원전 산업을 재건하고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경쟁국들을 제치고 해외 원전을 수주하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그간 한국사회에서 포르말린 통조림·사스·광우병·살충제 계란 등의 사태에서 공포심으로 인한 혼란이 빚어졌으나 기우였다는 점이 밝혀진 것을 볼 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국내 원전에 대해서도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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