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대출이 아예 없어지면 어떡하죠?" 지난 13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직후 진행된 금융권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한 금융권 인사에게 건넨 말이다. 

이날 오후 정부는 서울정부청사 금융위원회에서 1주택 이상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천정부지 치솟는 투기지역 내 집값 안정화를 위해 거주지 변경이나 결혼, 부모 봉양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1주택 이상 소유를 투기로 보고 금융 지원을 끊겠다는 의도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 성과에 따라 집 값이 내려갈 경우 서민층이나 실수요자들은 환영하겠지만 위 행장의 말처럼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가계대출에 따른 이자이익을 주수입원으로 삼고 살아왔는데 이제부터 대출 공급을 중단하라니 씁쓸할 수밖에 없다.

   
▲ 지난 13일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이자이익이 중요한 은행에서 대출 취급을 중단하라는 건 생존줄을 하나 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새 먹거리를 찾으라는 의미도 되겠지만 앞으로 믿을 건 금리 인상 뿐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고 한계차주가 느는 우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에 마중물로 금리마저 인상될 경우 향후 집 값이 안정화된 뒤 금리가 떨어질 줄 모르면 한계차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계차주는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다 못 갚고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써야 하는 가구를 뜻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가계대출 대신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집중해줄 것을 주문해 앞으로는 개인사업자대출(SOHO)이나 혁신,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금융에 은행권이 집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가 가계대출 부문 옥죄기에 들어서면서 은행권의 SOHO 대출 취급 규모가 늘어난 추세다.

각사 IR 공시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원화대출금 중 SOHO대출 부문은 우리은행이 39조82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 62조5000억원으로 4%, 하나은행 40조1810억원 5%, 신한은행이 41조50억원을 기록해 3.1%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대부분이 금융지주사 체제라 그룹사 차원에서 이자이익 외에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과 투자증권(IB), 보험사 등의 인수합병(M&A) 시도 등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만 살아남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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