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자체 개발 능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중국에서 부품 등을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정도다. 이마저도 연간 4000대 생산에 못미친다. 국내외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와의 생산 격차는 무려 2370배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남북 경협 성사로 현대차가 대북 사업 또는 투자에 나서더라도 큰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자동차 부품 90% 이상을 중국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대북제재 등 풀어야 할 변수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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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자동차공장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북한 자동차 연 3800대 생산…현대차와 격차 ‘2370배’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의 자동차 총 등록대수는 28만5000대로 남한의 1.3% 수준이다. 연간 생산량은 3800대에 불과하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량이 900만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격차는 무려 2370배에 달한다. 양사 운영하는 국내 공장의 연 생산대수를 합한 수치(338만대)와 비교해도 845배 차이다.
북한은 현대차가 출범하기 전 1958년부터 일찌감치 자동차 산업에 발을 들였다. 구소련제 ‘GAZ 51호’를 모방한 ‘승리-58’이라는 화물트럭 생산을 시작으로 ‘자주호’ ‘건설호’ 등 일찍이 화물차 양산 체제를 갖췄다. 북한의 상용차 생산 능력은 자가용 승용차 대비 훨씬 높다.
북한 자동차 브랜드는 승리자동차와 평화자동차가 있다. 대부분 차량 수입에 의존하므로 제조사들은 유통사 역할을 하며 자체 조립해 북한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기도 한다. 일부 수입 판매사를 제외하고는 부품 생산부터 조립,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남한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북한 승용차 대표 브랜드는 평화자동차, 승리자동차, 평양자동차, 청진상용차, 김정태기관차 등 5개다. 그 중 ‘백두산’과 ‘평양’ 등 부품과 외관을 독일차 ‘벤츠 190’을 그대로 본떠 만든 모델로 알려져 있다. 승용차의 표준 배기량은 1500cc 수준이다. 초기에는 제작 미흡으로 에어컨도 부착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에 방문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평양 시내 주행 차량의 80~90%는 외제 차량이다. 선호도가 높은 수입 브랜드로는 벤츠, 닛산, 도요타 순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볼보, 볼가, 질, 모스크바, 다치아(루마니아) 차량이 종종 관찰되고 있다.
평화자동차에서는 2002년 ‘휘파람’을 시작으로 ‘준마’, ‘뻐꾸기’, ‘삼천리’ 등을 조립·생산했다. 초기 이탈리아 피아트에서 기술을 받아왔으나 수익성 등의 문제로 현재는 중국에서 주로 관련 기술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뻐꾸기'는 북한 환율로 3800만원(3만400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 대형승용차 ‘준마’는 4만달러로 가격이 더 높다.
북한은 법적으로 승용차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금융대출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실제 소유주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차량은 기업소 또는 기관 명의로 운영되고 있다.
◇북한, 현대차 투자협력 모색하나?...“실익 없을 것”
최근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화해무드가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은 남측과 경협을 통해 낙후된 자동차 산업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최근 수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007년 정몽구 회장의 방북 이후 교류가 끊긴 현대차와의 합작 사업을 꾀하고 있다는 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북한의 노동시장이 개방되면 현대차의 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수 있고 이 경우 생산성이 한층 높아져 수출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상용차 수요가 증가 추세인 점도 현대차의 상용차 투자와 맞물려 주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와 북한 자동차 기업의 매출 규모나 생산 능력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여기에 현대차 소속 기존 노조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남북 사업 협력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1999년까지만 해도 남북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설비 공장을 세우는 등의 실체적 논의가 오갔었지만 결국 구체화되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남한 통일교 지원으로 설립된 평화자동차와의 합작 실패 사례가 이유로 꼽힌다. 평화자동차는 2011년 연간 생산대수가 1820대까지 상승했지만 우리측 철수 이후 생산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북한은 중소형 승용차 등 완성차의 생산 부문에 있어서 현대차의 기술력 대비 월등히 낮은 수준으로 현대차의 인수합병을 통한 사세확장이 아닌 합작 사업 추진은 기대되기 힘들다”며 “평양자동차와 합작 실패 사례를 본보기삼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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