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되풀이되는 기업인 증인 출석…올해에도 이어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최태원 SK 회장 명단에 올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에 대한 마구잡이식 ‘증인 출석 요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면 “기업인에 대한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올해에도 무분별한 증인 요청이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5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국회는 다음 달 10일부터 29일까지 국감을 진행한다. 올해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삼성·현대·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와 전문경영인들이 국감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 증인은 각 위원회의 간사가 의원실에서 신청한 명단을 1차적으로 검토한 뒤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한다. 현재 정무위원회 등 각 상임위는 의원실에서 요청한 증인 명단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 해 기업인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증인 요청을 줄이기 위해 ‘증인신청실명제’를 도입했다.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부르려는지 공개하는 제도다. 하지만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되레 해당 제도가 의원들의 홍보 수단으로 역이용 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산업재해를 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 명단에 올린 뒤 홍보에 들어갔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


이 의원이 신청한 증인 명단에는 최태원 SK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이상훈 삼성전자 의장, 정현옥 전 차관, 스마일게이트 장인아 대표,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등도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증인신청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이 제도를 역이용해 기업인들을 증인 명단에 올린 뒤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며 “입법 기관의 이 같은 행태를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인 증인 명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17대 국회에서 연평균 52명의 기업인이 증인 명단에 게재됐고, 이후 18대에서는 77명, 19대 국회에서 124명으로 대폭 늘었다. 또 20대 국회 첫 국감인 2016년에는 무려 150명의 기업인이 증인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기업인의 증인 출석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장동현 SK 사장, 윤갑한 현대차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 행장 등이 정무위로부터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 

특히 고동진 사장과 이해진 전 의장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출석 요청이 들어왔다. 

지난해 국감을 앞두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등 국회가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지만 주문에 그치고 말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매년 국감 증인을 채택할 때 행정부가 (국감의) 대상인지, 기업이 대상인지 혼란스럽다”고 한탄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에게 호통 치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국정감사’가 아닌 ‘민정감사’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정감사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보복이 뒤따를 것을 염려해 최소한의 방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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