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꽃축제 객실 및 식음 비싸게 판매...불꽃축제 파크원 건물에 가려 고객들 큰 신뢰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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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불꽃축제 패키지를 판매한 콘래드 서울./사진=콘래드 서울 홈페이지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주인 없는 대동강 물을 팔아 큰 이득을 취했다고 알려진 조선시대 인물 '봉이 김선달'은 흔히 사기꾼을 빗대어 표현할 때 자주 거론되고는 합니다. 호텔업계에서도 최근 봉이 김선달 같은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 서울(콘래드)'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2018서울세계불꽃축제'가 진행됐습니다. 한화그룹이 매년 사회공헌 차원에서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불꽃축제에 들어가는 돈만 7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화는 이 축제를 사회공헌이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한화 소유의 63빌딩 레스토랑에서 관련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오히려 축제가 끝난 뒤에는 한화 임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들이 축제 뒤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는 몇 년 전부터 불꽃축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왔습니다. 불꽃축제 기간에는 룸 가격도 엄청나게 올렸습니다. 평소 30만원대에 판매하던 객실을 140만원대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불꽃축제의 가장 큰 수혜는 콘래드가 얻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는 말처럼 재주는 한화가 부리고 돈은 콘래드가 받아가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콘래드가 불꽃축제를 위해 수익의 일부라도 기금으로 내놓는다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등의 일도 한 게 없습니다. 한화 측에 콘래드가 불꽃축제를 위해 지원하는 게 있느냐고 물어보니 단호하게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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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불꾳축제 당일 콘래드 객실에서 파크원 공사 건물로 인해 불꽃축제가 보이지 않았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콘래드, 불꽃축제에 아무런 기여 없이 수익에만 관심...객실서 불꽃축제 안보여 고객들 항의 빗발쳐
그런데 올해에는 콘래드에게 불꽃축제가 큰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불꽃축제를 위해 판매한 객실에서 불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족 및 연인들이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큰 금액을 내고 콘래드에 투숙했을 텐데 불꽃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고객들은 호텔 측에 엄청나게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콘래드 바로 옆에는 현재 파크원이라는 큰 건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현대백화점도 들어서고 아코르 계열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페어몬트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콘래드에서 한강 조망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페어몬트는 여의도 MBC 건물 근처에 들어설 예정이고,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자리는 높게 지어지지 않아 콘래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콘래드 바로 옆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라 한강 조망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콘래드 측은 이번 불꽃축제 패키지도 한강이 보이기 때문에 불꽃도 보일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불꽃축제가 시작되자 호텔 측과 고객들이 모두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꽃이 마포대교 쪽이 아닌 원효대교 쪽에 터지면서 페어몬트호텔이 들어서는 건물이 불꽃을 막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고층 일부 객실을 제외하고는 패키지에 포함된 많은 객실에서 불꽃축제를 볼 수 없었습니다.
가족과 연인들이 이날 생일 파티나 프러포즈 등을 하려고 큰 비용을 들여 호텔을 찾았을 텐데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콘래드는 이날 객실뿐 아니라 레스토랑에도 특별 메뉴를 만들어 비싸게 판매했다고 합니다. 가격에 따라서 좌석 배치를 달리했다고 합니다. 불꽃축제가 마치 자기들 소유인 것처럼 말이죠.
콘래드 측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상 내용도 웃깁니다. 전체 뷰가 가려진 객실은 100% 보상키로 했고 일부 보였던 객실은 50%만 보상해준다고 했다고 합니다. 파크원 건물 일부에서라도 불꽃이 보였다면 그 고객은 불꽃의 반은 봤다고 생각했을까요.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지만 호텔은 고객의 신뢰로 성장하는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호텔을 잘 옮기지 않습니다. 신라호텔이나 신세계조선호텔, 롯데호텔 등이 장기간 영업을 지속하는 배경 역시 오랜 기간 꾸준히 다니는 고객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신뢰를 잃은 호텔은 지속 성장을 하기 힘들다고 보면 됩니다.
투자 보다 투자 회수에 관심 많은 호텔 고객 신뢰 얻기 어려워
여의도 콘래드를 보면 남산 그랜드 하얏트와 강남에 있었던 리츠칼튼 호텔(현 르메르디앙 서울)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남산 그랜드 하얏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미국 본사가 직영하는 호텔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인이 주인인 호텔입니다.
서울 리츠칼튼 호텔은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를 가져와 놓고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철수한 경우입니다. 당시 서울 리츠칼튼은 전세계 리츠칼튼 중 최하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콘래드 역시 힐튼 계열의 럭셔리 브랜드에 속합니다. 전세계 콘래드 중에는 어마어마한 호텔들이 많습니다. 콘래드 도쿄, 콘래드 오사카만 하더라도 최고의 럭셔리를 뿜어내는 호텔들입니다.
여의도에 콘래드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호텔업계의 기대치는 매우 컸습니다. 서울에도 럭셔리다운 럭셔리 호텔이 들어서는 구나, 한국에서도 서비스업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수 있겠구나 등 여러 기대치가 컸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콘래드는 얼마 가지 못하고 고객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습니다.
아마 전세계 콘래드호텔 중 서울의 콘래드는 최하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강남의 리츠칼튼처럼 여의도 콘래드도 머지않아 콘래드 브랜드를 빼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실제 콘래드가 매물로 나온 지는 꽤 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또 여의도 콘래드의 소유주는 글로벌 대체 투자 운용사인 브룩필드 자산운용입니다. 브룩필드는 2016년 AIG로부터 콘래드를 포함한 여의도 IFC를 약 3조원에 인수했습니다. 즉 콘래드의 소유주도 외국계이고 브랜드도 외국 것입니다. 마치 남산 그랜드 하얏트와 유사해 보입니다.
외국계가 주인인 호텔의 특징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투자를 한 만큼 이익을 가져가고 싶고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투자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등 로컬 호텔 브랜드들의 장점은 대기업에서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브랜드가 빠지거나 철수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호텔을 운영할 수 있고 고객들도 신뢰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콘래드와 같은 호텔은 고객들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호텔 오너도 머지 않아 엑시트를 진행할 것이며 투자보다는 투자한 것에 대한 회수에 관심이 더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너가 펀드이자 외국계라고 해도 투자를 하면 고객들이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질 텐데 콘래드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콘래드 관련 후기들을 보면 가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콘래드의 불꽃축제 사태도 호텔 직원들의 미숙함보다는 호텔 오너의 이해 타산적인 마인드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날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인드보다 불꽃축제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피해는 고객과 그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불꽃축제를 이용해 혜택을 얻으려는 호텔은 콘래드뿐만 아닙니다. 용산의 드래곤시티, 김포의 마리나베이 호텔 등도 불꽃축제 상품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해당 호텔들은 콘래드 사태를 거울삼아 불꽃축제에 대한 나눔 활동 및 고객들을 우선 생각하는 호텔이 됐으면 합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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