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의조와 한국축구의 '꿈★은 이어진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의 염원이 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기분좋은 승리이자 너무나 값진 승리였다. FIFA 랭킹이 한국 55위, 우루과이 5위였다. 단순히 랭킹만 높은 것이 아니라 우루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를 대표하는 강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은 우루과이와 7번 싸워 1무 6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우루과이는 간판 공격수 수아레스가 아내의 출산 문제로 이번 대표팀에서 빠지긴 했지만 카바니, 고딘 등 공수의 주축인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이런 우루과이를 한국이 황의조, 정우영의 골을 앞세워 2-1로 꺾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승리는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은 강력한 압박울 주무기로 하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강력한 압박축구로 맞불을 놓으며 밀리지 않았다. 전반부터 워낙 많이 뛰어다녀 지칠 만도 했지만 내색하는 선수 없었고, 벤투 감독은 적절한 교체로 끝까지 대등하거나 우세한 경기를 펼치도록 지휘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래도 승리의 주역은 있는 법. 0-0으로 팽팽하던 균형을 깬 선제골의 주인공이 바로 황의조였다.

선제골은 황의조가 아닌 손흥민이 넣을 뻔했다. 후반 20분 황의조가 돌파를 시도하면서 우루과이의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는 주장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골문 좌측을 보고 강슛을 날렸지만 우루과이 골키퍼 무슬레라가 방향을 정확히 읽고 몸을 날리며 쳐냈다.

흘러나온 볼을 달려든 황의조가 재차 슛해 골을 뽑아냈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스스로 마무리한 셈.

그러나 쉽지 않은 골이었다. 황의조가 볼을 향해 달려갈 때 우루과이 수비도 두 명이나 달려들고 있었다. 앞에는 골키퍼도 있었다. 황의조는 군더더기 없이 재빠른 동작으로, 수비보다 한 발 앞서, 골키퍼 옆으로 반대편 골문을 보고 정확한 슛을 날렸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타고난 슛 감각이 없다면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골이었다.

이후 김영권의 수비 실수로 동점골을 내줬을 때, 한국 선수들은 당황하거나 '네 탓'을 하는 대신 서로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후반 33분 코너킥 찬스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 투입돼 있던 석현준이 손흥민의 크로스를 헤딩슛했고, 상대 맞고 옆으로 흐른 볼을 정우영이 슈팅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한국대표팀은 최근 세트피스에 의한 골을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강팀을 상대할 때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후 세트피스 플레이를 강조하면서 특별훈련도 시켰다. 연습한 것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처럼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뽑아낸 모습에서 달라진 대표팀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꽉 채운 6만5천명 관중들은 카드 섹션으로 장관을 연출했다. 팬들이 카드로 아로새긴 캐치프레이즈, '꿈★은 이어진다'였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의 후속편 격인, 축구팬들의 가슴을 다시 들끓게 만드는 문구였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득점왕으로 한국축구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올랐고, 이날 우루과이전에서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 이후 3년 만에 A매치 골을 넣는 감격을 누렸다. 또, 한국 축구는 사상 처음으로 우루과이를 꺾는 기쁨을 누렸다.

이렇게 황의조와 한국축구의 꿈★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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