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감축 없이 시장 참여만 하는 기업에 4913억원 지급…전체의 91%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전력 피크 대응에 발전소 건설보다 효과적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홍보하는 수요자원거래제도(DR)가 실제 운용에서는 이행률 하락·불량사업자 방치·과도한 기본정산금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DR 시장 평균 이행률은 지난해 79.3%·올해 81.1%로, 2014년(111%)·2016년(94.1%) 대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행률은 정부의 감축 요청량 대비 실제 감축량으로, 감축요청 미이행에 따른 위약금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R이 시행된 2014년 이후 부과된 총 위약금 299억원 중 258억원(86.3%)이 탈원전 정책 이후인 지난해와 올해 부과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수요감축 요청 이행률이 70% 미만인 날이 3회 이상일 경우 취해지는 DR사업자의 거래제한 조치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총 22건의 전력거래제한 조치 중 20건이 지난해(3건)와 올해(17건) 집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부는 발전소 위주의 수급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DR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했으며, 올 1월 전력피크 대응에 발전기보다 경제적이라며 원전 3-4기에 해당하는 3.4GW의 수요자원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원전 가동을 줄인 채 피크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DR 발동이 잦아지면서 업계의 발발이 확대되면서 그 실효성을 잃고 수급위기만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DR 시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2016년 DR사업자 등록시 전력량데이터를 조작해 시장에 참여하고 약 6억2000만원의 부당이득금을 수령,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M사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와 15일의 거래정지 징계만을 내렸을 뿐 DR 사업자로 계속 활동하도록 했다. 사실상 등록시험에 탈락한 사업자를 계속 시장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또한 실제로 전력감축이 없어도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돈을 지급(기본정산금)하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전체 지급금액의 91%(2017년 탈원전 정책 이후 기준 93%)인 4913억 원에 달했다.

M사처럼 등록시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거래제한을 당해도 등록시험만 통과하면 다음해에 다시 등록이 가능한 상태에서 DR 감축없이 가만히 앉아서 기본정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위약금도 기본정산금 내에서만 부과토록 규정, DR 사업자의 실질적 손해는 없는 셈이다.

잦은 DR 감축 지시에 따른 기업 불만이 커지자, 발동기준을 변경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총 10차례의 유례없는 DR 감축 지시를 내리며 기업의 반발이 커졌던 올 2월 DR 발동요건을 종전 '실시간 수급상황 급변 및 최대부하 초과시, 전력수급계획상 목표수요 초과시'에서 '동하계 전력수급대책상 목표수요 초과시'로 수정했다. 

실시간 수급상황 등을 고려사항에서 제외하고, 목표수요도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높은 동하계전력수급대책을 기준으로 해 DR 발동의 가능성을 낮춘 것이다. 이마저도 지난 5월 '동하계 전력수급대책 상 목표수요 초과 시'에 '예비력 수준을 고려'라는 요건을 추가, DR 발동 요건을 더욱 강화했다. 

올 여름 폭염기에 최대전력수요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치를 15회나 초과했음에도 DR이 발동되지 않은 것은 이같은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의원은 "정부는 탈원전의 명분을 쌓기 위한 왜곡된 DR 시장 운용을 대폭 수정, 싸고 질 좋은 원전 가동률을 높여 DR 본연의 기능을 되찾고 한국전력공사 적자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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