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화끈한 골 세리머니를 보여줄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늘(16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나마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벤투호 출범 이후 대표팀은 3경기에서 무패(2승1무) 행진을 하며 순항 중이다. 더군다나 지난 12일에는 피파랭킹 5위인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좋은 경기 내용 끝에 2-1로 꺾어 대표팀의 사기는 드높기만 하다. 

파나마는 피파랭킹 70위로 한국(55위)보다 낮고, 12일 일본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최근 한국대표팀 기세로는 다득점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대다. 

대표팀에는 새로운 골잡이로 떠오른 황의조, 2년 만에 대표 복귀한 석현준, 재간둥이 공격수 남태희, 한국축구의 미래 황희찬과 이승우 등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래도 이번 파나마전에서 특히 골 넣는 모습을 보고 싶은 선수가 바로 '캡틴' 손흥민이다. 손흥민에게는 이 경기가 올해 마지막 출전하는 A매치이고, 골 침묵이 너무나 길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뽑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소속팀 토트넘과 딜을 했다. 손흥민을 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하는 대신 11월 A매치에는 대표팀에 부르지 않기로 했다. 또한 내년 1월 열리는 2019 아시안컵에도 조별리그 1~2차전 이후에 손흥민을 합류시킨다는 조건이었다.

한국대표팀은 11월 A매치 기간 호주로 건너가 호주,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여기에 손흥민이 합류하지 않기 때문에 파나마전이 올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손흥민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골 맛을 볼 필요가 있다. 골 침묵이 너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대표팀,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속팀 경기를 통틀어 손흥민은 최근 14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져 있다.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골 세리머니를 했던 것이 8월 20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 키르기스스탄전이었다. 손흥민은 키리기스스탄전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끌며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았는데, 이후 한국이 결승에 올라 일본을 꺾고 승리할 때까지 토트먼트 4경기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벤투호에서 뛴 9월 A매치 2경기(코스타리카, 칠레전)와 우루과이전에서도 골 소식은 없었다. 

토트넘에서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 후 아직 첫 골 신고를 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5경기, 리그컵 1경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 출전했으나 골 맛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출전 이전인 8월 11일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뉴캐슬전을 빼면 14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분명 손흥민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장기간 골 침묵이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부상 등의 문제가 있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장거리 이동을 자주 하면서 워낙 많은 경기에 출전해 체력적으로 지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에 출전해 손흥민이 그렇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주장 역할까지 소화하며 팀의 중심이 돼줬고, 토트넘에서도 포체티노 감독의 꾸준한 신뢰를 받으며 주전 공격수로 중용되고 있다.

손흥민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코스타리카전, 우루과이전에서는 페널티킥 찬스에서 손흥민이 두 번 다 키커로 나섰는데 모두 실패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골대를 맞혔고(이재성이 재차 슛해 골 기록), 우루과이전에서는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황의조가 재차 슛해 골 기록).

자칫 '페널티킥 악몽'이 생길 수 있기에 만약 또 다시 한국이 페널티킥 기회를 얻으면 손흥민이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손흥민이 스스로 골 기회를 만들어 특유의 통렬한 슛으로 골을 터뜨리고 마음껏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벤투 감독은 파나마전을 앞두고 손흥민에 대해 "특별히 손흥민에게 주문한 건 없다. 손흥민이 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에 만족한다"며 골 침묵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11월 A매치에는 손흥민을 차출할 수 없기에, 손흥민의 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는 데 더 열중하고 있었다.

이번 파나마전에서도 손흥민이 골 맛을 못보고 토트넘으로 복귀한다면 '무득점'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는 누가 골을 넣든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가장 먼저 달려가 축하하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제 손흥민이 골을 터뜨리고 동료들의 격한 축하 속 포효하는 장면을 볼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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