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에 첨단 기술 시스템 도입 주문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담보물을 아주 멀리 옮겼다고 가정해도 그게 불법은 아니잖아요?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운영 실태와 관련해 사물인터넷(IoT) 담보관리 전문기업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권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동산담보대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 관제시스템과 방범 서비스 등을 도입한 것에 대해 현장에서는 취지와 어긋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중소기업들의 자금 지원을 돕고자 동산담보대출을 오는 2020년까지 6조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담보대출 이용 기업에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의 정책금융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내년까지 은행마다 동산담보대출에 IoT 기반 자산관리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담보물의 훼손이나 도난 등을 우려해 가치유지 차원에서 첨단 기술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은행들은 동산담보의 관리 리스크를 줄이고다 다양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미 관련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 은행의 경우 벌써부터 담보물에 이상징후가 발생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관제 시스템 도입에 따라 담보물의 위치정보나 가동 상태 등이 수시로 체크되다 보니 조금만 이상이 발생해도 알람이 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은행이 마치 수사기관처럼 대출 기업에 출동하고 조사에 나서는 일도 있어 기업은 기업대로 은행은 은행대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담보물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사후관리가 더 꼼꼼해진 면이 있다"며 "이상 호출을 받아 출동했을 때 담보물에 훼손이 발생하거나 도난이 일어난 일도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안에 KT와 동산담보 자동관제 플랫폼 'KB KIM'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구축과 함께 KT의 계열사인 KT텔레캅의 긴급 출동 방범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키로 했다.

담보물의 리스크 관리를 좀 더 강화한다는 게 취지지만 대출을 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는 않다. 방범업체 출동 조사 시 마치 범법자로 의심받는 불쾌함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담보관리 IoT시스템 구축 업체 씨앤테크 김기덕 대표는 "시스템 구축 관리 기업으로서의 목표는 이상징후를 목격해 담보물에 대한 관리를 더 세밀히 하라는 게 취지다"며 "근본적으로는 담보물에 대한 다양한 대이터를 빅데이터화시켜 은행의 대출을 원활히 실행하게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기계의 패턴과 작동 여부 등을 면밀히 관찰해 데이터화한 뒤 사고 발생 패턴을 찾아 이상징후가 예측되는 사례와 유사한 경우에 대해서는 대출 실행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해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람으로 치면 서울 시내에서만 왔다갔다 하는 이인데 이 사람이 갑자기 전국을 떠돌아다니고 하면 위험하다고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움직임 패턴을 분석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해주는 게 기본적인 시스템의 목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감가상각 문제, 동산담보대출이 어려운 서비스업 등에 대해서도 솔루션을 제공해주려는 노력이 올바른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IoT 시스템을 적용한 곳은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정도로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은 연내 구축을 완료해 향후 동산담보대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중 일부 은행들은 시스템 도입으로 여신관리 리스크가 더 강화되고, 재고자산 등의 파악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부분 대출 기업이 제조업 중심이라 수도권에 공장이 있는데 영업점 직원이 한번 실사에 나갔다 오면 하루 업무를 날리는 건 기본이었다"면서 "IoT 시스템을 통해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재고자산 확인도 용이해지고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보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관리가 편안해진 면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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