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부소장 “한건물 공동운영 첫사례…눈밭 걷는 심정으로 임해”
   
▲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통일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작년만 해도 남북간 연락채널이 없어서 북에 전할 말이 있으면 JSA로 가서 확성기로 불렀다. 한참 소리치다보면 북쪽에서 누군가 나와서 메모를 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해갔다. 그게 남북관계 현실이었다.”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부소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한달 소회를 이렇게 시작했다.

김 부소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갖는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적대 국가들 사이에서 연락사무소를 두는 경우가 있었지만 공동사무소는 우리가 처음”이라며 “상대방 국가 수도에 자신들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우리처럼 한 건물에서 공동으로 상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에도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표준이 될 수 있다. 하나 하나에 대해서 눈밭을 걸어가는 심정으로 임하자고 했다”며 “그랬더니 북측 인사가 그것 서산대사의 말 아니냐 되물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또 “남북 간 연락사무소는 노태우 정부때부터 추진됐고 이후 역대 모든 정부가 모두 추진한 것”이라면서 “개성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 간 상시 연락채널을 구축하게 된 것은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했다는 점에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상호 대표부 설치를 위해 4.27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추진돼 지난달 14일 개성공단에 정식 개소했다.

남북은 비상주로 근무하는 공동소장을 각각 1명씩 두고 있으며, 연락사무소의 운영기구인 사무처장이 부소장으로서 상주하며 필요시 남북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처음으로 남북 공동 기구의 '24시간 365일' 연락체계를 가동해 공식 근무일(주 5일) 외에도 필요시 남북 간 즉각 연락이 가능토록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여명의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30분에 군사분계선을 통과해서 공동연락사무소로 출근한 뒤 상주하다 금요일 오후 5시에 다시 귀환한다. 주말과 휴일에도 당직 근무자가 사무소에 상주하며 비상 연락체계를 갖추고 있다.

주중에는 오전 7시경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한 뒤 오전 7시 30분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현재 식당은 연락사무소 개보수 공사때 현장에 설치된 ‘현장식당(일명 함바)’을 이용하고 있다. 연락사무소 시설 관리 위탁 업체로 선정된 현대 아산에서 식당도 운영할 예정이다.

정식 업무 시간(오전 9시~오후 5시)에는 남북이 각각 2층과 4층에 상주하며 업무를 진행한다. 필요시 대면접촉은 물론 직통전화(남북 사무소 간 2회선) 활용이 가능하다. 업무 후에도 남북 숙소에 설치된 1회선의 직통 전화나 나 무전기를 통해 연락이 가능하다. 

상시 연락채널 구축은 지난 10.4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준비에서 빛을 발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달 27일 밤 10시쯤 북측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사무실에서 만났다”며 “북측은 밤 12시쯤 케이스에 정중하게 담아 온 문서를 전달했다. 10.4공동선언 기념행사를 개최하자는 내용이었다”라고 소개했다. 

“바로 다음날인 28일 연락사무소 공동소장 간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어 북측의 27일 심야 제의는 소장 정례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부소장은 “아직 사무실 운영 등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다.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 가니까 그렇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미비한 시설의 경우 대표적으로 인터넷 설치가 꼽힌다. 현재 북한 내부 망을 이용해 외부와 연결하는 방안이 북측과 협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터넷 망을 통해 오가는 모든 데이터가 북한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자체 망으로 직접 접속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남측 상주 직원들의 통행 범위도 더 넓게 허용돼야 한다. 현재 4층짜리 연락사무소 건물과 숙소, 식당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다른 곳은 북측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김창수 사무처장은 “북측이 출입경과 이동은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활동 공간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해서 세 군데는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으로 협의했다”면서 “북측 황충성 소장 대리에게 송악산 등반이나 박연폭포 야유회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으로 직원들의 이동 범위를 더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