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강한 소비들 취향 대기업 맞추기 어려워져...SNS와 스마트폰 영향으로 소비자에서 크리에이터로 변신
   
▲ SNS에 모 지역 맛집으로 검색을 하면 엄청난 사진과 동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이 고객이자 소비자들이 직접 사진과 동영샹을 올리며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퀀텀점프 코리아 2020] 신인류의 유통③

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유 모 씨(32세, 여)는 얼마 전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옷을 너무나 좋아했던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열심히 하며 자신의 멋을 알렸다. 어느덧 자신의 얼굴을 알리게 됐고 창업 제안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고 해외 촬영까지 다녀왔다. 얼마 전 SNS에 그가 디자인한 첫 아이템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완판'됐다. 

서울 용산에 사는 김 모 씨(38세, 남)는 빵을 매우 좋아한다. 예전에는 통신사 할인 등을 받기 위해 대기업 빵집을 종종 찾기는 했지만, 지금은 동네 빵집을 더 자주 찾는다. 동네 빵집이 더 수준이 높고 맛도 있으며 핫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몇 년 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기업 빵집', '대기업 카페' 등의 논란은 이제 확실한 과거형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기업의 자본 논리에 개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이 열세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판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빵집들이 더 개성 있게 변신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제빵사나 바리스타들이 더 감각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경리단길이나 연남동 등 소위 핫한 거리에는 대기업 빵집이나 카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감각적인 사업가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보고 배워온 것을 한국 시장에 과감하게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대기업들은 오히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기업의 특성상 어떤 사업이나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큰 규모로 진출해야 한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외식업에는 단점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은 인테리어를 하나 바꾸더라도 전국의 수백 개 매장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인테리어 변경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사이에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재빨리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어 훨씬 감각적인 공간을 선보일 수 있다. 

소비자들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여행 등을 자주 다니면서 과거와 다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면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 

SNS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어디가 더 맛있고 핫한 공간인지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SNS를 운영하며 맛집과 같은 공간을 추천하기도 한다. 소비의 주체이자 생산의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패션 시장도 변화무쌍하다. 과거 대기업 소유 브랜드이거나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다. 비싼 가격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서울 강남의 한 지역에서 한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패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하지만 지금 패션 시장은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개인 판매 방식이 활개를 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SNS에서 좋은 제품을 발견하면 바로 눌러보면 가격 정보를 알 수 있고 구매로도 바로 연결된다. SPA브랜드와 대기업 브랜드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은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브랜드보다는 디자인이 중요하며 소량 생산이 매력적이다. 꼭 명품이나 고가의 옷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비싸게 구입한 옷을 오래 입기보다는 저렴하게 사서 빨리 교체하는 추세다. 판매 방식도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나 오픈마켓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SNS로 대거 넘어온 상황이다.

화장품 분야도 과거 일부 대기업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가 시장을 거의 잠식했다면 지금은 어마어마한 개인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화장품에 관심 많은 소비자가 직접 브랜딩을 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SNS의 영향과 개성 강해진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를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에는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으며 대기업 제품이나 해외 명품이라고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단순 소비자에서 그치는 것을 원치 않으며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라며 "핫한 공간에서 단지 즐기는 것이 아닌 사진과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남겨 이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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