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합의서도 의결 당일 비준…北과 문본교환 절차 남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당일 재가해 비준 절차를 마쳤다.
 
이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법제처 해석에 따른 조치로 ‘평양공동선언’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관보 게재도 빨라질 전망이다. 통상 재가 이후 관보 게재까지 5일 정도 소요되며, 관보에 게재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별도로 북측과 문본을 교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때 북쪽으로부터 입장을 받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군사합의서는 북측과 문본 교환 이후 관보에 게재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는 지난 9월19일 발표된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제6조에 ‘이 합의서는 쌍방이 서명하고 각기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고 적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날 비준안 심의를 예고하며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의결했다./청와대


하지만 야당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비준 동의안도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 정부가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의결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두 합의서는 국회에 제출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 성격을 가지므로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 논의가 마무리된 뒤 국회의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고, 이 정부가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없다고 주장해 온 바른미래당 역시 입장을 바꿔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후속 합의 성격인 평양공동선언을 정부가 직접 비준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을 먼저 거둬들인 뒤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일괄처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의겸 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이 독자적인 의미도 갖고 있어 남북관계발전법에서 국회 동의를 요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 등은 판문점선언의 후속 조처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독자적인 의미가 있다”라며 “남북관계발전법에 국회 동의를 요하는 두가지 요건을 밝혀놓고 있는데 평양선언은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번에만 이렇게 처리한 게 아니다”라며 “2007년에도 남북총리회담 합의서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후속합의서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와 서해협력추진위원회, 국방장관 합의서 등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준한 사례가 있다”라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평양공동선언이 아직 재정이 들어가지 않는 원칙과 방향을 세운 선언적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 실장은 “과거에도 원칙과 선언적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것은 없었다”라며 “구체적 합의들을 갖고 나중에 새로운 남북의 부문, 부분 합의들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만들 때는 그때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지 원칙과 방향, 합의, 선언적 합의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미 법제처 판단도 받았다”라면서 “판문점선언도 국민적 합의와 안정성을 위해서 우리가 추진하겠다는 취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