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중요하다면 먼저 기업 스스로 춤추게 해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5일 국정감사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전날 발표한 일자리대책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전환'을 시사한다는 것.

기존 정책기조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일자리 '수요' 측면의 정책이었다면, 이번 일자리대책은 기업의 투자나 규제개혁 등 '공급' 측면에 중점을 둔 것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이 '일자리대책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기본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는 질문에 "기존 정책의 '일부 전환' 또는 추동력을 붙이는 것들이 상당히 담겨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자리나 경제의 공급 측면에 역점을 많이 뒀다"면서 "공급 측면에 이렇게 역점을 두는 것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의 수요 측면에서의 정책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며 "일자리의 공급 측면에서의 정책은 기업들이 투자하게 유도하고, 새로운 투자를 위해 규제개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 수요 측면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일부 '고용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며 "수요와 공급 측면이 균형 잡히게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김 부총리는 정책기조 전환과 관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장관들과, 또 장하성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경제참모들과도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정책 전환은 하나 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피해자'인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최저임금 결정에 적극 반영키로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같은 날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그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변해 왔던 소상공인연합회가 사용자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갖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도 법규에 추천권이 명시돼 있지 않은데 말이다.

특히 사용자위원 추천권이 있는 단체는 최저임금위에서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제기'도 할 수 있게 됐다.

다시말해 노.사.공익위원들이 '밀당'을 하고 난 최종 결과에 대해서도 소상공인들이 '딴지'를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에 참여하는 특별위원을 기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노동부 고위공무원에서 기재부·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고위공무원으로 바꿨다. 역시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런 정책 전환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좋은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든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고, 애로를 해결해 주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말은 그럴듯하나 '실체'가 없다.

표학길 서울대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성장과 소득 간이 인과관계를 '뒤집어'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소득양극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노동시간에 허덕이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고용이 먼저지 '억지 소득'이 우선일 수는 없다.

'무모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노동시간 급속 단축은 오히려 일자리 감소와 중소기업 도산으로 이어지는 '역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일자리가 중요하다면 먼저 기업 스스로 춤추게 해야 함은 상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원래 '친기업적'인데 '반기업적'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이젠 정부는 친기업이라고 공개 선언을 하고 반기업을 상징하는 인사를 경질, 오해를 풀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기업들을 사랑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그러면 재벌가 일부 자녀들의 '갑질 논란'을 구실 삼아 사정기관들이 국민기업을 전방위로 옥죄는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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