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차의 숙원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또다시 무산 위기다. 이번에는 국토교통부의 9·13 부동산대책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 안건에 올라온 GBC 착공 지원안을 두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인허가 규제 완화를 주장했음에도, 김현미 장관이 강남 집값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논리로 맞받았다는 것이다. 관가에서는 김 장관이 GBC 규제완화에 찬성한 참석자를 비판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현대차 GBC 프로젝트는 이미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부터 한전본사 이전 계획에 따라 부지 매각이 진행돼오다 2014년 한전측이 경쟁입찰을 통해 현대차가 부지를 매입한 이후 역대 정부를 거치며 사실상 사업 승인까지 난 상황이다. 올 상반기 GBC가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의 사업 전망은 밝았지만 또다시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세 차례나 심의가 지연되며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GBC 프로젝트는 첫 삽을 뜨기전부터 유독 부침이 많았다. 조계종은 2016년 과거 봉은사 땅이던 옛 한전 부지를 돌려내라며 환수를 추진했고 ‘현대차가 세금 특혜를 받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듬해 국방부가 GBC 건립에 대해 비행안전영향평가와 전파영향평가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허가 전면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상 현대차로선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의 논쟁에 휘말려 첫 삽 한번 뜨지 못하고 수년간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 장관은 금융규제와 세금강화안 등이 망라된 ‘9·13 규제안’으로 간신히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켜 놓은 상황에서 강남지역의 개발호재가 부각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동산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정치인 출신으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김 장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GBC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엔 정치논리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다. 국토부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려는 데만 몰두하다보니 자동차·항공 등 소관 업무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GBC의 생산유발 효과는 건설 및 인허가와 준공 후 등을 통틀어 265조6000억원에 달한다. 고용창출 효과는 121만6000명으로 준공 후 20년 동안 연 5만7000명의 채용이 가능하다. 다만 설립 이 지연되면서 현대차의 잠정 및 실질 손실 금액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하느니만 못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최대 과제인 고용창출과 직결되는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규제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투자'와 '투기'는 구분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논리로 메가 프로젝트의 발목이 잡히면 한국 건설산업의 혁신기술 확보 및 고용창출 효과가 백지화된다. GBC프로젝트 성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입지 강화를 넘어 한국 건설산업의 기술력과 서울시의 국제적 지위 상승 기회도 달려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규제 속 산업 혁신은 뒷전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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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가 옛 한전부지를 매입해 건립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사진=현대차 제공 |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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