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실효성 문제에 완전자급제 논의 본격화
불법 여전한 유통시장 개혁 위한 돌파구 마련 시급
   
▲ 김영민 디지털생활부장
[미디어펜=김영민 기자]스마트폰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 지원금을 받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 등 휴대폰을 이통사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가계 통신비에서 이통서비스 요금과 함께 단말기 구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통신비 절감을 위해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 대리점은 단말기를 팔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가전제품 사듯이 제조사 유통점 등에서만 살 수 있다. 현재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자급제 단말도 있지만 출고가 자체가 이통사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다는 점에서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이는 뭘까? 휴대폰 제조사는 단말기를 출시할 때 출고가를 정하고 이통사는 이 출고가를 기준으로 가입자가 일정기간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는 약정을 하면 요금제별로 단말기 지원금을 준다. 고가의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수십만원씩 지원해주고 그만큼 단말기 구입비용을 깍아주는 셈이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에서는 유심(USIM)칩만 구입해 가입하고 단말기는 제조사 유통점을 통해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이통사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초기 구입 부담이 크다. 그런데 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걸까?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할 때 누구나 동일하게 지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편법이나 불법으로 법정 지원금을 초과해 지급하거나 차별적으로 지원하며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통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했으나 현재까지도 편법과 불법 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이통사들이 제조사와 짜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출고가에 포함해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지원금을 받아 단말기를 싸게 사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단말기 유통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단말기 판매를 이통사와 완전히 분리해 제조사들의 판매 경쟁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의 취지다.

   
▲ 이통사 대리점에서 고객이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있다. /제공=SK텔레콤

"발품을 파는 만큼 더 싸진다"라는 말이 있다. 단통법 시행 전이나 지금이나 서울 신도림테크노마트, 강변테크노마트 등 대형 휴대폰 유통점에서는 버젓이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공시지원금 10만원을 받고 90만원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테크노마트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지원금을 많이 주는 곳을 찾으면 30만~40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가격비교하며 1~2만원 싸게 사는 수준이 아니라 몇십만원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아예 단골가계를 정해놓고 지인들까지 추천한다. 휴대폰 유통점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수수료까지 포기하면서 불법 지원금을 쏟아 붓는다. 일부는 이통사에서 지원금을 물밑 지원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혼탁한 단말기 유통시장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시행돼야 한다. 이통사들도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 고착화된 시장에서 돈싸움을 계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 판매를 완전 분리할 경우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어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으로 인한 수익 감소도 만회가 가능하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이통시장은 이미 점유율이 말해주듯 고착화된 시장"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리하게 단말기 지원금을 쏟아부으며 마케팅 경쟁을 벌일 이유가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 이통사들에게는 단말기 경쟁력이 강력한 마케팅 수단인 시절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을 누가 먼저 출시하고 더 많은 초기 물량을 받느냐에 따라 가입자 유치에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단말기 판매를 완전 분리해 무모한 지원금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해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내년 상용화 예정인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단말기가 아닌 서비스를 통해 깨끗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인해 수만명에 달하는 휴대폰 유통점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완전자급제 도입을 추진함에 있어 유통점의 일자리 문제도 함께 풀 수 있는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단말기 유통시장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단통법의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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