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원자재 가격은 갈수록 올라가지만 제품의 원가 절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살길은 수출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판로 확보가 어려워 앞날이 막막한 하다. 더욱이 재고물량이 쌓여 있다 보니 창고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1일 기자와 만난 한 부품업체 대표 A씨는 이같이 말하며 현재 부품업체로서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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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업체 오너의 한숨 "수출 밖에 길이 없지만 그것도…" /사진=미디어펜 |
그는 "현재 공장을 정리하고 싶어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오히려 더 많아 마지못해 운영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경영상황"이라며 현재 답답한 상황을 호소했다.
또 A씨는 "정부가 임시직으로 자금을 융통해주는 것이 당장 급한 불은 끌수 있겠지만 연말이되면 곧바로 위기로 닥칠 것이다"며 "자금 지원보다 원자재값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 등 여러 악영향 중에서 정책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들이 더 많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업체가 A씨만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핵심 축을 이루는 생산·판매·R&D가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면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생산대수가 4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총 289만대였다.
지난 2011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66만대로 최정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매년 2~3%씩 줄어가고 있고 올해는 사상 최악의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 5대 자동차 회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제는 6위자리를 지키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생산의 경우 이미 인도(448만대)에 밀려 한국(422만대)이 6위에 있지만 멕시코(406만대)와 큰 차이가 없어 언제 더 밀려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출역시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해 254만대를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과 비교해 3.5%가 감소한 것으로 지난 2012년 317만대라는 최고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올해는 250만대선도 붕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시장과 중국시장뿐 아니라 신흥시장으로 불리는 아시아태평장지역과 중동지역의 수출이 줄어든 것이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판매의 문제는 신제품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연구계발(R&D)자체가 멈춰가고 있는 부품사의 여력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그래도 예산을 분배해 꾸준히 진보하고 있지만 당장의 여력이 받쳐주지 않는 부품사들의 R&D부문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사의 발전이 완성차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 특성상 부품사의 R&D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98개에 달하던 국내 부품사는 지난해 말 851개로 줄어들어 4년 새 5%가 감소했고 올해는 이보다 많은 회사들이 종적을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이 현재 상황까지 온 것은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를 끊지 못한 것이 라는 지적이 크다. 여기에는 강성노조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동차 회사의 경영진과 함께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시행 등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여구소장은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이 국내 산업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겠지만 납품업체를 국내에 국한되게 찾는 소국적인 모습도 개선되어야 한다"며 "국내 부품산업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시장을 국내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해외로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타이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해외 판매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처럼 국내 부품사들 역시 글로벌 아웃소싱 업체로서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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