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청와대에 "가해자 처벌하라" 청원 이어지는 등 사회적 파장
지난해 9월5일 장애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이른바 '무릎 호소 사건'으로 한동안 우리 사회가 떠들썩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17년만에 장애우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강서구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주민의 강력 반발로 상황이 악화됐던 것이다. 사회적약자인 장애인들은 정부와 사회가 최선을 다해 보살펴야 할 이들이다. 정부가 발달장애 및 중증 중복장애에 대해 평생케어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하다. 미디어펜은 '아름다운 동행' 연재를 통해 장애우들의 교육 실태와 현황을 조망하고, 교육권 회복을 위한 제언과 사회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무릎호소1년⑦]장애인 특수학교 교육권 회복하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특수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가슴을 칠 만한 일이 또 발생했다.

장애아를 위한 전문유치원·통합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가 부족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내는 것이 최선인 모든 장애우 부모들에게 특수학교는 꿈과도 같지만, 그 학교 내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졌다.

아이들로 인해 평생을 살얼음판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부모들에게 폐쇄적인 특수학교 여건상 내부고발에 의존해야 하는 환경이 양날의 검이 된 셈이다.

장애인 학대·운영비리로 이사장·원장 등 핵심인사들이 지난 2013년 유죄 판결을 받고 이사진 전원이 2015년 교체된 인강재단이지만, 재단 산하 서울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이 지난 6~9월 장애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상습구타했다는 의혹이 새로이 제기됐다.

도봉구 인강학교에서 벌어진 사회복무요원들에 의한 발달장애 학생 폭행 등 일련의 학대 행위 진상은 참혹했다.

지난달 4일 더팩트의 단독보도로 밝혀진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장애인 폭행 사건은 경찰 수사 시작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 처벌 요청이 끊이질 않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영상에서 공개된 가해자들의 녹취파일 내용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군복무 대체를 위해 특수학교에 배치된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은 교사들이 잠시 맡긴 장애학생들을 보살피기는커녕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과 폭언 등을 수시로 자행했고,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장소는 인강학교 2층 사회복무요원실이나 화장실, 외부의 인적 없는 장소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이 가해지는 순간 한 피해학생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잔뜩 웅크리며 공포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종사자 등 인강학교 관계자는 "화나서 때리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라며 "한번 때리는 것을 여러 번 때리는 것처럼 나왔다. (제보영상은) 악의적 편집"이라고 말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회복무요원의 장애학생 폭행사건이 벌어진 서울 도봉구 서울인강학교를 지난 10월8일 방문해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입구./연합뉴스

한 학부모는 지난달 8일 서울 도봉구 인강학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보자가 올해 6월 이미 학교에 폭행 사실을 알렸는데 교사들이 '조용히 지내면 안 되겠냐'면서 쉬쉬했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혜숙 인강학교 학부모 대표는 "장애아동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어려운데 학교조차 믿을 수 없다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라며 "장애아들이 처한 폭력적인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5명이라고 보고 피의자 4명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여야는 지난달 23일 이번 사건에 따른 사회복무요원의 선발 배치 교육 등 각종 문제에 대해 기찬수 병무청장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이날 "전국 150개 특수학교에 3776명이나 (사회복무요원) 활동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복무요원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폭력이나 일탈행위를 하는 요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들에 대해선 중앙행정기관, 해당 기관뿐만 아니라 병무청에서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특수학교 15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사건 현장인 인강학교에 대해서는 공립학교 전환 검토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병무청과 함께 인강학교 재학생 127명의 피해 여부를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장애우는 세상 누구보다 존중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세상에 학대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현행 제도로도 장애학생의 인권과 교육권 보장이 힘들다면 관련 법 모두 개정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특수학교에 상시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 및 상담사를 확충하고 장애학생 학교-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침해 예방 대책도 세우기로 했지만, 갈 길이 멀다.

   
▲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이후 지난 2011년 국회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영화 도가니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