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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롯데…농어촌상생기금 대기업 팔 비트는 국회
사실상 준조세…온갖 규제도 모자라 기업 호주머니 터는 적폐 사라져야
문상진 기자
2018-11-13 16:33

[미디어펜=문상진 기자]2015년 말 한·중 FTA 비준 당시 농민의 반발은 거셌다. 정부와 정치권은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2017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공기업·대기업으로 자발적인 출연 형식으로 조성키로 했다. 조성된 기금은 농어촌 장학·의료·주거 개선 사업 등에 쓰겠다고 했다.


지난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산하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발족됐다. 농어촌협력기금은 계획대로라면 연말까지 2000억 원이 모금돼야 한다. 현재 출연된 기금액은 423억 원에 불과하다. 기금 중의 98%는 공기업이 냈다. 공기업의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세금 가지고 괜한 생색이다.


지진부진하자 국회가 나서 대기업의 팔을 비틀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는 15일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 15개 대기업 사장급을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발적' 출연 형식이 기대에 못 미치자 '강제적'으로 요구할 셈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국감 때도 농업·수산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 5곳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닦달했다. 지난달 말엔 경제 5단체를 불러서 출연을 독려했다. 대기업들은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박근혜 전 정부 미르재단 출연 문제로 호되게 당한 트라우마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묵시적 청탁이니 뭐니 하면서 법전에도 없는 용어가 등장했다. 삼성·롯데 등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총수들은 온갖 모욕과 멸시를 당하며 마녀사냥의 타깃이 됐다. 적폐의 주홍글씨를 안은 채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다.   


   
국회 농해수위는 15일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 15개 대기업 사장급을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발적' 출연 형식이 기대에 못 미치자 '강제적'으로 요구할 셈이다. /사진=미디어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모금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국회는 15개 대기업의 참석자 명단을 해당 기업과 상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뒤 통보했다. 온갖 면박을 준 그 '치욕'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자신들의 욕망에 눈이 멀어 과거를 잊었다. 후안무치다.


거미줄 규제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으로 기업은 사색이다. 대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대외적 환경 역시 녹록치 않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무역전쟁은 수출주도의 한국 기업에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추격에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률이 한계 기업 수준의 1.2%로 추락했다. 희망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호황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민노총 등 노조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기업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이 정부는 퍼주기 일자리에 수십조 원의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신념처럼 떠받드는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에는 눈 감았다. 올 하반기, 내년 상반기, 내년 하반기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고문만 되풀이 하고 있다.


성장률은 고꾸라지고 고용은 절벽이다. 혈세 퍼붓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국내외의 경고음에도 요지부동이다. 고통 분담을 가장한 고통 회피다. 잘 되면 내 탓이요, 잘못되면 전 정부 탓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정부의 융단폭격에도 기업은 움직인다. 살기 위해서 아니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 기업들을 적폐로 내몰고 아쉬우니 손을 내민다. 자발적이라는 말 속에는 겁박이란 비수가 녹아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협의의 준조세(수익자부담금 제외)는 2005년 22조원에서 2016년 55조6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법인세 52조1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는 정부다.


'자발적'이란 포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일종의 준조세인 셈이다. 기금 출연은 법적 의무는 없으므로 기업이 자체적 동참에 따른 사회적 평가와 인센티브를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 문제는 국회와 같은 권력기관의 독려에 기업이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반강제적이다.


국회의 기업 갑질은 15일 명단 통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기업의 출연을 독려하기 위해 국회는 대기업 15개사 참석자를 미리 정해놓고 기업에 통보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최광철 SK그룹 사회공헌위원장, 송대헌 LG 사장, 소진세 롯데지주 사회공헌위원장 등이다.


사전 조율조차 없는 '호출'에 재계는 당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벙어리 냉가슴'이다. 자칫 '괘씸죄'라도 사면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 애초 정부가 농심을 달래기 위해 기금을 조성 미끼를 던졌고,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자 민간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에 정치권은 마치 빚 독촉 하듯 한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는 그들이 참으로 용할 뿐이다. 헬리콥터식 정부가 고작 1조원을 가지고 기업의 팔목을 비튼다. 한 해 2000억원은 대북사업의 몇 십분의 일이다.


정녕 농어민을 위해 꼭 필요한 돈이라면 정부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옳다. 기업들을 압박해 사실상 강제 모금하는 것이야말로 없어져야 할 적폐다. 적폐가 또 다른 적폐를 부르는 기막힌 현실이다. 기업의 사지를 묶고 팔을 비트는 자해적 고문은 사라져야 한다. 빼앗긴 들에 찾아 온 기적을 반기지는 못할망정 제발 걷어차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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