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싱가포르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앞으로 북미관계 진전에 있어서 중재자 역할을 지속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역할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1월1일 이후로 언급된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이뤄진다면 실무급 차원의 ‘연내 종전선언’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회담 직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양측은 남북관계, 비핵화, 북미대화가 선순환하며 진전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대화를 견인한다는 데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협상 진행 과정에서 양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진전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북미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지속될 것임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회담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 중 성사된 것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못내는 상황에서 주목받았다. 

약 35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먼저 한미 양측은 한목소리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전적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이었다”고 했고, 펜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은 그 어떤 때보다 공고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해 미국에게도 우회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처음에는 “제재 문제는 두 분 사이의 대화 소재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괄적인 제재 완화’에 대해 대화했던 문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제재 완화 설득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회담 직후 언론에 "우리는 과거 정부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솔직히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핵을 포기한다는)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줬지만 이후 그 약속은 다시 깨졌다“고 말해 성급한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 앞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CVID를 이뤄야 한다”며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북한이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결국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은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더 많고 중요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이 북한과 더 긴밀하게 소통해서 북미 간 간극을 좁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또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이번에 2차 북미정상회담과 이를 위한 실무협상에 대해 실무적인 대화를 구체적으로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한미가 이미 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4차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공유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때마침 워싱턴을 방문 중인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해 주목받았다. 조 장관은 종전선언 역시 체결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여서 연내에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이 내년 1월1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매우 중대한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말을 문 대통령에게 전해 들었다. 북한의 핵 목록 신고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되진 않을 것이지만,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사찰과 폐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핵 사찰 및 폐기’와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 앞에서 “국제제재 틀 범위 내에서 한미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 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 협력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남북 간 먼저 종전선언이 추진될 가능성도 보인다.

미국이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수석 중재자’ 역할을 강력 요청한 상황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돼 지난 6.12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4가지 기둥’의 유해 발굴 외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빅딜’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