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못하는 사립학교·학교 부족한 농어촌지역에 도입 힘들어…잠재적범죄자 간주 등 교사 반발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16일부터 각지에서 대입설명회가 개최되고 17일부터 주요 대학별 수시논술고사가 실시되는 가운데 수험생들은 논술과 면접 등 본격적인 대입전쟁에 들어갔지만, 숙명여고 내신문제 유출사건으로 커진 공교육 불신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

수시전형 근간이 되는 내신시험이 허술하게 관리되거나 학교생활기록부를 부풀리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어 대학입시 공정성을 뒤흔들고 있고, 숙명여고 사례처럼 자녀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교사가 전국적으로 521곳-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울 인천 광주 등 일선 교육청들은 내신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지 않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그 실효성에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상피제를 강제할 수 없는 사립고교가 전국 수백곳에 달하고 학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는 도입하기 힘든 실정이다.

교사들 일각에서는 상피제 도입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며 교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교육을 불신하게 된 계기는 명문대 입학생이 특목고에 견줄만큼 많아 강남 학부모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숙명여고가 대입 평가 기준이 되는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SNS와 각 교육청 및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고등학교 내신 비리를 전수조사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입 모집정원의 76~77%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전형에서 대학별 선발 잣대로 쓰이는 내신에 대한 전국 각 고등학교 관리에 구멍이 나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관건은 고교별 내신 비리를 전수조사하려면 해당 고등학교에 대한 감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교육청이 학교 자율에 맡기는 추세라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또한 감사 결과가 분명히 나오더라도 징계 등 처분조치의 이행 여부도 일부 학교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현행 제도상 내부감사직은 교감이나 교무부장 등 보직교사가 맡아 감사가 '면피성 제도'로 전락해 교무부장이 자신의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5차례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와 같은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크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라디오인터뷰에서 숙명여고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학종 등 내신관리 공정성에 대해 "학종 및 내신관리에 대한 불신이 여전해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은 "수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부분에 대해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내신 관리를 더 투명하게 해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련대책 발표한 내용들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점검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한 고교 교장은 "학교별로 수시합격자를 늘리기 위한 '학생부 부풀리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질 수 있다"며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 권한이 막강한 수행평가 결과에 대해 학부모들이 이의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별·학교별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의 난이도 또한 제각각"이라며 "전국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난이도로 같은 시각에 시험을 치르는 수능에 비해 공정성과 형평성이 매우 부족해 갖가지 이유로 시비와 학부모 민원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내신 관리가 비교적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던 서울 강남 숙명여고에서도 비리가 발생한 이상 관리가 허술한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당연하다"며 "CCTV만 해도 학교 내에서 사생활 및 교권 침해 등을 이유로 설치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적이다"라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숙명여고 사건을 계기로 '상피제' 도입을 비롯해 시험출제 관리절차 등 학업성적관리지침에 대한 강화, 시험지 인쇄보관 장소에 대한 CCTV 설치를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추락한 공교육 신뢰가 회복될지, 비일비재한 내신비리 쇄신을 위해 대학 입시에서 내신 등 수시 비중을 대폭 축소하게 될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6년 11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