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보다 빠를 경영 행보 주목…정공법 기반 효율과 혁신에 초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구광모 LG 회장의 경영 보폭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올해 전열을 정비한 ‘구광모 웨이’의 방향성이 내년에는 더욱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취임 5개월여가 다가오는 가운데 LG는 정공법을 기반으로 효율과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구광모 (주)LG 대표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제공

특히 재계는 구 회장의 정확하고, 빠른 업무 진행 스타일을 주목하고 있다. 그룹 경영에 잡음이 생길 수 있는 사안에 선제대응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LG 계열사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서브원에서 MRO 사업부문을 분리 신설하고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금액은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LG는 지난달 4일 구 회장 등 LG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도 전략 매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경영효율성과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을 고려한 구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 상속과 관련,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의 상속세는 약 7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0대인 구 회장이 그룹 내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정기 인사를 통해 LG의 사업방향이 더욱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달 말 예정된 LG의 정기 인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 회장의 경영 보폭에 속도가 붙으면서 인사 폭이 예상보다 넓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사업보고회에도 구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깰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순혈주의 등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과 혁신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일 LG화학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 7월 권영수 ㈜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자리를 맞바꾼 가운데 조성진(62) LG전자 부회장, 한상범(63)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65)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이동 여부가 관심 대상이다.

일부에서는 LG의 업무 조직 변화도 예상하고 있다. 구 회장이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가상현실(AR∙VR)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9월 취임 후 첫 대외 활동으로 LG 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구 회장은 “미래 성장 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