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래퍼 산이가 깜짝 발표했던 곡 '페미니스트'로 인해 논란이 커지자 직접 해명했다. 가사에 일일이 해설을 덧붙이며 이해를 구했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도 했다.

산이는 18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안해.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라며 장문의 글과 함께 '페미니스트' 가사 해설을 게재했다.

산이는 지난 16일 발표했던 신곡 '페미니스트'로 인해 오랜 팬이자 친구로부터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산이는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 곡을 다시 한 번 잘 들어봐 주시면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제가 아니다. 제가 이런 류의 메타적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다"며 곡 해석에 대한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부터 설명했다.

이어 산이는 "남녀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가사가 전하려는 본의를 강조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이해를 돕기 위해 산이는 '페미니스트' 가사를 구절구절 옮기며 왜 그런 표현을 했는지 해설하는 글을 덧붙여놓았다. 즉 "I am feminist"라고 시작하는 가사에서 'I'가 자기 자신이 아닌, 페미니스트임을 내세우지만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비판 대상자임을 전제로 한 해설이다.

예를 들면 산이는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는 가사로 마치 남녀평등을 외치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듯한 가사를 썼지만 "아시다시피 전 어릴적 이민을 가 미국시민권자다. 제가 결코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는 해명을 하고, "너 포함 내 엄마 내 누나 내 여동생 있는 그대로 respect"라는 가사에 대해서는 "저는 친누나, 친여동생이 없다"고 해명했다. 

가사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한 후 산이는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이성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다. 메갈 워마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들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는 추가글로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을 언급했다.

끝으로 산이는 "우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타켓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남자들 역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게 모든 남성을 공격해야하는 타당한 이유는 결코 되지 않는다"면서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고, 나머지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산이는 이보다 앞서 이수역 폭행사건이 알려졌을 때 관련 동영상을 SNS에 게재하며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산이가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페미니스트'라는 곡으로 풀어냈으나 스스로 밝혔듯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가사로 인해 추가 논란을 낳았고, 래퍼 제리케이와 슬릭이 각각 산이의 곡을 비판하는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 'equalist'라는 곡을 발표해 뜨거운 디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산이의 SNS글 전문]

안녕하세요, 산이입니다.

사실 글을 쓰면 변명이나 해명처럼 들릴까봐 상황에 따라 바뀌며 소신도 없냐는 소리 들을까봐 저는 작품을 내고 판단은 대중의 몫이기에 누군가 곡의 의미를 알고 분석해주겠지 그냥 가만히 있자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오랜 팬인 친구가 저를 10년간 지지하고 믿었는데 팬으로 살아온 시간이 후회된다고 배신감 느낀다고 이게 정말 오빠 생각이냐고 오빠가 깨닫고 저건 아니라고 제발 말해달라는 글을 보고 제가 어떻게 보이는 건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페미니스트'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닙니다. 곡을 다시 한 번 잘 들어봐 주시면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제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류의 메타적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나봅니다.

남녀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제 설명이 그 친구와 혹은 그 친구와 비슷한 상처를 느꼈을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 사진=산이 인스타그램 캡처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 또한 아닙니다. 이성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메갈 워마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들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성평등이 아닌 일베와 같은 성혐오 집단입니다.

우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타켓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여자로 사는 게 두렵고 무서운 매일을 견뎌야한다는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며 또 공감합니다. 제가 여성 성별이 아니기에 다시 태어나 여성 성별을 갖지 않는 이상 보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남자들 역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모든 남성을 공격해야하는 타당한 이유는 결코 되지 않습니다.

미안해,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 나머지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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