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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참이 울린 경고음 "한국에선 기업하기 너무 어렵다"
외국 경제단체의 입을 통해 튀어나온 최악의 비명
"한국 뜬다" 예전 암참 회장의 전망과 거꾸로 가는 중
편집국 기자
2018-12-02 11:33

   
조우석 언론인
국내 최대의 외국 경제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을 지난 주 요란하게 울렸다. 한마디로 한국 땅에선 기업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하소연인데, 특히 공정위가 "기업인 모두를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지적을 했다. 한국인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게 외국 경제단체의 입으로 튀어나온지라 설득력이 더 있다. 


암참은 1953년 설립된 국내 최대의 외국 경제단체로, 700여 개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데, 공정위에 대해 불만 제기는 그만큼 이례적이면서도 정당한 측면이 있다.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 환경을 예측키 위해서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제고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에 앞선 지난달 27일 주한유럽상의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독특한 규제가 많은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라고 우리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 대번 드는 느낌은 이젠 한국이 세계의 동네북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서 뚜렷해진 경제 역주행의 결과가 아니면 뭘까?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의 지렁이'로 


대한민국이 세계의 조롱감이 되었다는 부끄러움은 참으로 곤혹스러운데,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으로 분류되던 게 언제던가 싶다. 우리는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의 지렁이'로 추락했는데, 그 찜찜함  때문에 <나는 한국이 두렵다>(2000년, 중앙M&B)를 다시 꺼냈다.


저자가 암참 회장 출신의 제프리 존스이기 때문인데, 놀랍게도 그 책은 외환위기를 추스르고 난 한국이 다시 뜰 것이라고 낙관했다. IT는 물론 세계적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전망이었다. 책 제목을 <나는 한국이 두렵다>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핸드폰, 컴퓨터, 자동차 등 1~2년이 지나면 골동품이 되는 무시무시한 변화의 속도와 교육열 등 저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엄밀한 학술서는 아니지만 그게 대수랴? 그 책은 '아카데믹한 거짓말'보다는 근접 관찰에서 오는 직관을 무기로 하는데, 제프리 존스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1971년 선교사 시절부터다. 이후 로펌 김&장에서 M&A 변호사로 활동했고, 암참 회장으로 한국경제를 현장에서 관찰해왔다.


청국장을 즐겨 먹는 그의 한국경제 이야기는 결코 무시못할 소구력을 가진다. 그래서 그는 우리 스스로 약점이라 생각했던 한국병이 오히려 약이라는 해석을 그 책에서 개진했다. 고마운 역발상인데, 21세기 변화의 시대에 한국 사람들은 그만큼 유리하다는 게 그의 한국 응원의 첫 항목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내달리는 한국이 그에겐 인상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 책 앞표지의 맨 위는 "한국인이 절대로 알지 못하는 한국·한국인의 힘"을 카피로 장식하고 있다. 그게 어느 정도일까? 제프리 존스는 이렇게 까지 언급한다. 2025년을 전후해 미국은 누군가의 도전을 받게 될텐데, 가장 강력한 후보의 하나가 한국이라고까지 단언했다. 그때쯤이면 인터넷 세상의 선두 국가이고, 통일도 된 상태라는 예견도 그는 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시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한국 이외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아시아의 대표 선수로 흔히 일본을 거론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에 이른 지금 일본은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일본에는 기업가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제프리 존스의 한국 사랑은 눈물겨울 정도인데, 싱가포르와 우리를 비교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잘 나가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싱가포르이지만 이 나라는 500만 인구의 조그만 도시 국가이기 때문에 이른바 임계질량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걸론 거대한 혁명의 흐름을 이끌어 가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인데, <나는 한국이 두렵다> 출간 이후 18년 세월이 흐른 지금 상황은 또 바뀌었다. 제프리 존스의 말은 그야말로 덕담에 불과하며, 한국경제는 그를 포함한 세계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의 지렁이'로 추락했다는 자괴감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공정경제란 거대한 허구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자명하다. 허구와 편견에 기초한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공정 경제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고 했지만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다.


그는 경제성장의 결과물이 대기업 집단에 편중됐고,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며 "공정 경제는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재벌(대기업 집단) 중심 경제가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주범이며, 경제성장까지 약화시키니 공정 경제로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그런 인식 자체가 잘못이란 점이다. 올 9월 발표된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보고서를 보면 고소득 국가일수록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매출 비중이 높다. 룩셈부르크에선 한 철강 대기업(아르셀로미탈)이 GDP 대비 16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위스·네덜란드 등에서도 한 대기업의 매출이 GDP의 20~50%다. 


이 국가들 대부분이 빈부 격차가 낮고 복지 수준이 높다는 점을 볼 때 대기업은 악의 근원이 아니라 성장 원천이다. 우리나라가 친(親)대기업 정책을 해왔으며 재벌 때문에 불공정 사회가 됐다는 것 역시 진실과 거리가 멀다. 조금 전 암참의 경고음처럼 우리나라는 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가장 많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신용 보증이나 지원금 등이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다.


이 분명한 사실을 언제까지 호도한 채 공정경제 타령을 할 것인가? 모두 가까운 과거 특히 60~70년대 박정희 경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박정희 반대로'를 개혁이자 민주화 선진화라고 착각하는 병이다. 비극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 질병은 치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암참이 다시 울린 경고음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이대로 올해가 저물지만, 내년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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