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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 부도의 날' 흥행…우린 뭘 배울까
정부 무능 개탄, 재벌 탐욕 비판에 그쳐선 안 돼
한국형 발전모델 파괴한 YS-DJ 공과 묻는 게 핵심
편집국 기자
2018-12-05 10:04

   
조우석 언론인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개봉 첫 주 157만 명 관객을 모으며 흥행 순항을 알렸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전후의 상황을 비교적 잘 풀어냈다는 평가와 달리 21년 전 역사를 어설프게 접근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때 실무를 맡았던 기획재정부(당시 재정경제원)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모두 "허구의 산물"이라며 고개를 내젓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까운 과거를 둘러싸고 우린 아직도 진단과 처방이 만족스럽지 못한 셈이다. 때문에 관람객 상당수는 정부 무능을 개탄하고 재벌 탐욕을 비판하는 선에 그친다. 그건 좌편향 영화판이 노리는 자기비하와 환멸에 불과하다. 결정적으로 그게 민주당 당 강령의 경제 인식이다.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전략) 과정에서 재벌중심의 경제구조가 고착화되었으며, 정경유착과 도덕적 해이로 1997년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신자유주의 사조에 매몰된 성장신화는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불공정한 경제구조로 연결되었으며…"(당 강령 서문)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어설픈 경제인식 담은 민주당 강령


그러니까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차제에 시야를 넓혀 21년 전 위기의 앞과 뒤를 알아볼 일이다. 이 문제는 회고 취미의 차원을 떠나 지금 우릴 짓누르고 있는 제2의 경제위기 징후를 되짚기 위한 성찰이기도 하다. 불행은 1996년 12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가입 직후 싹텄다. 가입 1년도 안 돼 우린 외환위기에 빠졌다.


원인은 무엇인가? 악화되는 실물경제에 눈 감은 경제 당국, 대기업의 차입 경영,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들 말한다. 맞는 소리다. 결국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환율 급등과 함께 부실 채권을 떠안은 금융기관과 여기에서 발생한 기업 간 자금 경색도 틀린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접근은 너무 미시적이어서 큰 윤곽을 못 잡는다. 원인제공은 1960~70년대 한국형 발전모델을 파괴한 김영삼이다. 그가 바보다. 고도성장의 견인차인 경제개발5개년계획이란 방식 자체를 없앤 게 그이고, 컨트롤타워인 경제기획원을 재정경제원으로 바꿨다. 그때 장관을 5년 새 7명을 갈아치웠고, 신경제-세계화 타령을 하면서 급기야 경제 난맥상을 연출했다.


구체적으로 국제금융국을 없애버림에 따라 금융자유화를 무분별하게 운용한 게 뼈아팠다. 14위 경제대국은 허울이고 삽시간에 한국 경제는 속빈 강정이 됐다. 즉 경제에 대한 건전한 감독-감리(監理)체계를 무너뜨린 김영삼이 화근 중의 화근이다. 실은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문제였다.


한국형 발전모델의 부작용 때문이라면, 차제에 재벌·대기업이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판단했던 소박한 인식부터 실수다. 한국형 발전모델은 비민주 독재정치의 잔재라고 우린 오판했고, 재벌 구조조정을 통해 그걸 청산하면 훨훨 날을 것이라고 속단했다. 그걸 이용한 인물이 김대중이다. 그래서 당시 수출의 13.3%를 차지하던 재계 2위 그룹 대우를 1999년 여름 해체했다.


그걸 전후해 30대 대기업 중 16개를 공중 분해시켰다. "어어?" 하던 그해 말 DJ는 외환위기 극복 선언을 서둘러 했다. 임기 내 외환위기 극복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그가 달러 조기상환을 했던 건 2001년 여름이다. 그렇다면 해피앤딩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상황은 전혀 안 그런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어둡다


IMF를 등에 업은 구조조정이 성공적이었다고 자축한 이후 21년, 막상 경제성적표는 너무도 참혹하지 않던가? DJ(5.0%),노무현(4.3%), 이명박(2.8%) 등 역대 정부가 예전 경제 평균성장률(8%)의 반토막이다. 역동적 고성장이 죽은 것은 IMF 이후의 구조적 현상이다. 그래서 묻자. 혹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댔던 DJ의 수술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남덕우 전 총리가 "단순한 외환위기를 IMF가 한국의 경제위기로 몰아갔다"고 단언했던 게 구조조정이 한참이던 무렵이었다. "IMF가 과연 정부가 파괴적 조치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한국을 도와주었는지, 아니면 오히려 파괴적 조치를 강요하여 일시적이나마 한국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지 않았는지 이점은 앞으로 학계에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경제개발의 길목에서> 314쪽)


이제 상황이 분명하지 않은가? 다분히 강력한 평등주의 성향을 숨기고 있었던 DJ는 외환위기를 기회라고 판단해 한국경제에 대한 '파괴적 조치'를 개혁이란 이름 아래  해치운 것이다. IMF 전권을 위임 받은 DJ는 재벌 해체에 준하는, 한국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정말 안타까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경제민주화란 오도된 이념이 국민적 합의인양 마구마구 확산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걸 내세워 당선되지 않았던가. 이쯤에서 물어보자. 시장이란 무엇인가? 성장하는 사람과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incentive to growth)이다. 잘 나가는 사람, 성취를 이룬 기업, 흥하는 이웃에게는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평등과 분배를 내세운 경제민주화 이념은 그 반대다. "잘나가는 이웃을 죽이는 게 정의"라고 말한다. 칼 마르크스의 망령이 아직도 우리를 지배하는 셈이다. 자, 지금까지도 잘 판단이 안 서신다고? 그래서 묻는다. IMF 이후 21년 왜 제2의 삼성, 제2의 현대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우린 앞으로 얼마나 더 비참해져야 진실에 눈을 뜰까? 반복하지만 IMF 구조조정은 제조업 기반을 허물었는데, 개발연대 한국형 성장모델까지 망가뜨리고 말았다. 기업가정신의 실종, 반기업정서의 확산, 투자심리의 부재는 그 피할 수 없는 여파였다. 맞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나라는 미래도 어둡다. 지금 우리가 꼭 그 모양 그 꼴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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