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넘어와 운동권 청산론 펼치는 잔 다르크
체제수호에 확실…더 정진하면 전국적 명성 얻을 것
   
▲ 조우석 언론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활약은 이미 낯설지 않다. 자유한국당 소속도 아닌 그가 보수 우파의 잔 다르크로 떠오른 지는 몇 달이 됐고, 이 진풍경을 두고 철새 정치인 시비까지 일었지만, 그 통에 이미지는 외려 확고해졌다. 10일 이석기 석방 집회에 참여한 민노총을 맹비난한 것도 썩 볼만했다.

그날 이 의원은 자기 페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일로 민노총은 노동자단체가 아니라 정치단체이고, 극좌 반체제단체임을 커밍아웃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언어는 날 시퍼렇게 서있고, 체제 수호란 대의명분에 충실한 게 특징이다. 때문에 "싸울 줄 안다"는 중평과 함께 "이언주밖에 안 보인다" 말까지 나오는데, 그런 이유로 '이언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열일을 마다 않는 그녀 활동 중 가장 통쾌했던 게 박정희 천재론과 운동권 청산론이다. "박정희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천재적이었다. 국민 입장에선 그게 행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 정서를 정확하게 대변한 게 그 발언이다. 지난 2년 박정희를 언급한 정치인이 누가 있었던가?

너무도 통쾌했던 박정희 천재론

이언주의 너른 시야를 보여준 운동권 청산론도 그 맥락이다. 30년 장기집권해온 운동권 세력이 그동안 해온 일이 무엇이냐? 박정희에 비해 그들은 과실만 따먹은 세대에 불과했다. 때문에 그는 "곧 운동권 청산의 시대가 곧 온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운동권 세력을 잘 정리하면 대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은 그녀가 여간내기 정치인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의 경우만 해도 심재철 김진태 전희경 의원 등 몇몇 전사를 빼곤 대부분이 웰빙 정당인 상황에서 이언주의 등장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확실히 그가 뜨긴 떴다. 재선의원인 그녀의 유튜브 계정 '이언주 tv'의 구독자 수는 국회의원 중 단연 상위권이다.

사람들은 그가 민주당에서 넘어와 친정을 공격하고, 그래서 보수의 새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점을 신기해하고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 사람 하나를 건지긴 건졌는데, 그는 1972년생, 고향은 부산이다. 서울대 불문학과 출신으로 대기업 근무 경력이 돋보이는데, 2008년 S오일 상무를 지냈다. 반기업 심리를 가진 민주당 친구들과는 차별화된 무엇이 있다.

   
▲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요즘 말로 가장 핫한 정치인이다. 민주당에서 넘어와 친정을 공격하고, 그래서 보수의 새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이언주 의원이 지난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진단 및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 그를 두고 청와대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자신보다 센 상대를 골라 싸우며 단기간에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영리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가는 제대로 하자. 그건 전술전략이라기보다는 불이익을 감수한 용기 있는 행위가 아닐까? 

지금도 그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철새라고 폄하한다. 지역구인 광명에서 공천 못 받을 것 같으니까 그런다는 관측이다. 부산에서 한국당 공천 받고 나와서 떨어지면 다시 민주당 기웃거릴 여자라는 몰이해도 있다. 그쯤이야 대중정치인이라면 정면돌파해야 마땅한데, 그가 잘 극복하길 바란다.

단 아무리 생각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가 최근 인터뷰에선 "역사가 평가할 문제"라고 말해 한 발짝 물러섰다고 비판하는 건 무리다. 당시에 그가 민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탄핵을 당연시했을 것이다. 때문에 당시 행위를 두고 그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란 당시 탄핵에 동조한 옛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우선 적용돼야 옳다.

"뒤늦게 정치적 각성을 한 케이스"

실은 "역사가 평가할 문제"라고 말해 한 발짝 물러선 것만 해도 적지 않은 용기라고 나는 본다. 다시 살펴보니 사기 탄핵이라는 게 드러나고, 대한민국 체제가 위협 받고 있다는 게 확인된 지금에도 지금도 입을 굳게 닫고 있는 탄핵 동조 의원들보다 이언주의 언행이 백 번 낫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모두 시시한 것이다. 이언주가 변신한 게 아니라 취임 이후 문재인의 정치가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 나는 그렇게 본다. 즉 최악의 폭정을 겪으면서 시민적 각성, 정치적 성숙을 한 것이다. 다음은 그걸 뒷받침하는 이언주 말이다. "자유시장경제와 민주공화정이라는 내 가치가 바뀐 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못하니까 지적하는 것이다."

그는 "나는 계파도 없고, 누구의 편을 들 이유도 없어 자유롭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진심이다. 그걸 뒷받침하는 게 그가 1972년생이고 대학 91학번이란 점이다. 운동권 정서를 정치적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80년대 학번들과 구분되는 신세대 정치인이 이언주인 셈이다.

초선 의원 당시 멋모르고 민주당에 참여했다가 어느 순간 "저들과 싸워야 대한민국이 안전하겠다"는 생각에 지난 몇 개월 전사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게 나만의 우호적 판단만은 아니다. 얼마 전 그는 "운동권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러나시기 바랍니다"라고 그들의 전면 동반퇴진을 요구했다.

청와대 임종석, 민주당 우상호 송영길 의원 등은 물론이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그들은 <해방전후사의 인식>같은 왜곡된 역사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고, 비현실적 이상사회건설을 꿈꾸며 나라를 사회주의경제, 전체주의적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맹폭격했다.

현역 정치인 중 운동권 본질을 지적하며, 그걸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한  이가 과연 있었던가? 그렇다.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 국면에서 좋은 정치인 한 명을 얻어서 기쁘다. 하지만 이언주의 현대사 인식이 만족스러우냐? 그리고 세간의 의혹을 모두 떨쳐냈느냐? 그건 아니다. 그의 공부가 좀 더 깊어지고, 대중정치인으로 더 크길 바란다. 그 관문을 통과할 경우 이언주는 괄목상대할만한 여성지도자로 더 클 수 있다고 우린 믿는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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